조정석은 첫사랑 열풍으로 올 봄 충무로를 뒤흔든 영화 ‘건축학개론’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더킹 투하츠’를 통해 초등학생까지 알아보는 인기 스타 대열에 올랐다. 스크린 데뷔작인 ‘건축학개론’에선 주인공의 친구(납뜩이)로 등장했지만 깨알 같은 존재감으로 사랑받았고, 지상파 첫 드라마 ‘더킹 투하츠’에선 신인답지 않은 아우라로 ‘최고의 발견’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조정석이 ‘더킹 투하츠’ 은간지(요즘 초등학생들도 은시경을 열연한 조정석을 은간지라 부른다 한다)를 만난 건 올해 초 MBN에서 방송된 드라마 ‘왓츠업’이 계기가 됐다. ‘왓츠업’ 초반 편집 작업에 나선 이재규 감독이 조정석을 눈여겨보고 ‘더킹 투하츠’에 캐스팅한 것.
이재규 감독의 선구안은 정확했다. 그는 만개할 시기를 기다려 온,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
‘더킹 투하츠’에선 고지식한 FM 스타일의 근위대장 은시경으로 변신, ‘건축학개론’ 속 납뜩이와 전혀 상반된 매력으로 여심을 설레게 했다. 최근 홍대에서 만난 조정석은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은시경이라는 캐릭터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라며 캐릭터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실제 조정석과 드라마 속 은시경의 싱크로율을 묻자 “상당 부분 비슷하다” 했다. “일할 때도 연애할 때도 은시경 같은 면모가 있어요. 일할 때 욕심이 많고 철두철미한 점도 비슷한 것 같고, 연애할 때 해바라기 타입에 열렬히 사랑하면서도 약간은 보수적인 부분도요. 그런데 은시경은 정말 멋있는 사람인데, 그런 멋있는 부분은 저한테는 별로 없는 것 같네요.(웃음)”
서울예대 연극학과 출신으로 뮤지컬 ‘호두까기인형’(2004)으로 데뷔한 그는 ‘헤드윅’, ‘첫사랑’, ‘내마음의 풍금’, ‘스프링어웨이크닝’ 등 다수의 뮤지컬에서 활약한, 뮤지컬계의 잔뼈 굵은 실력파였다.
무대 위 경험을 통해 축적된 섬세함은 카메라 앞에서도 여전했다. 왕 또는 아버지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때 미세하게 떨리는 은시경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서 캐릭터가 됐다.
“대본상 감정이 고조됐거나 긴장됐을 때, 그런 떨림이 나왔어요. 일부러 만들어낸 건 아니고, 연기할 때 예민하고 민감한 편이라 그런 표현이 세심하게 나온 듯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은시경이라는 캐릭터에 맞는 호흡이라고 생각했어요.”
조정석이 연기한 은시경은 극 말미 김봉구(윤제문 분)의 기습 공격에 숨을 거뒀다. 그런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은 장면은 이재신(이윤지 분) 공주에게 보내는 영상편지 씬이었다.
“굉장히 슬픈 장면인데, 저는 슬프면 안 되는 설정이었어요. 그런데 은시경이 죽고 난 다음에 공주님이 이 영상을 본 생각을 하니 공주님이 너무 걱정되는 거에요. 촬영하면서도 눈물을 참느라 애썼고, 너무 고생하며 찍었습니다.”
학창시절 클래식 기타 연주가를 꿈꿨던 조정석은 고등학교 때 교회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기를 접했다. 교회 행사 때마다 극 작업을 도맡아 하며 자연스럽게 무대 연출도 익혔다. 이후 지인의 권유로 입학한 서울예대. 연기자의 길에 들어선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필연과도 같았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뮤지컬이라는 경계를 넘어 대중 스타로 떠오른 조정석은 나이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했다.
“배우가 가질 수 있는 깊이는 연륜에서 묻어나온다고 생각해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배우 조정석은 더 많은 재료를 가질 수 있겠죠. 이해의 폭도, 아량도 넓어지는 걸 느끼고 있어요. 서른이 되는 순간, 기분은 묘했지만 배우로선 정말 좋았어요. 나이 먹는 게 두렵지 않습니다.”
배우로서의 꿈 역시 또렷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변함없이 나아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스스로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 찬 듯 보였다.
인터뷰 말미, ‘공주님’ 호칭을 ‘더킹 투하츠’ 속 이윤지에게만 남겨두겠느냐 묻자 조정석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공주님이라고 해줄 수 있을 것”이라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연애할 때 ‘제발 은시경처럼만은 하지 말라’ 당부하자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제 인생의 최종 목표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겁니다. 제가 못나고 부족해도 양보하고 싶지 않은 한 가지는 행복한 가정이에요. 나중에 아주 좋은 여자를 만나 예쁜 자식들을 낳고 행복하게 살 겁니다. 제 아내 될 사람이요? 정말 좋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하하.”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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