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폰 하나면 못하는 것이 없는 요즘 시대에 사람들은 쉽게 지치고 초조함을 느낀다. 이렇게 마음이 허기지고 의기소침해 질 때, 누구나 한 가지쯤 떠올리는 음식이 있다. 바로 살아갈 힘을 돋워주고 상처 난 마음을 다독여 주는 음식, 영혼을 채워주는 ‘소울 푸드’다.
맥가이버와 가제트 형사의 목소리로 알려진 성우 배한성에게 있어 인생의 잊을 수 없는 음식은 인절미 3개다. 가난하던 시절 죽 한 끼도 제대로 못 먹던 당시, 중학교 입학시험에서 1등을 한 아들을 먹이기 위해 어머니께서 어디선가 구해오신 인절미 세 개는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그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재즈 가수 웅산, 뛰어난 곡 해석과 탁월한 저음의 목소리로 많은 재즈 팬을 거느리고 있는 그녀에게도 힘든 시기가 있었다.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음악 하는 것이 더 이상 즐겁지 않았던 것. 그녀는 17세의 나이에 절에서 2년 간 수행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몸이 무너지고 마음이 지쳐 힘들 때 그녀가 떠올렸던 건 자신이 가장 건강한 몸과 마음과 목소리를 갖고 있었던 수행시절이었다. 그녀를 바꾼 게 음식이었다. 당시 절에서 먹던 사찰음식처럼 담백하고 맑은 음식으로 바꾸면서 그녀의 음악도 달라졌다. 음식과 사람이 함께하니 인생 이야기도 담백해졌다.
홍대 앞 전통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가면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 셰프를 만날 수 있다. 월간지 기자로 일하던 십여 년 전, 그는 회사에 사표를 내고 이탈리아로 날아가 음식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날아와 요리사가 된 그는 수입식 재료 대신 한국 산천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 이탈리아 파스타를 완성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그 유명한 고등어 파스타와 멍게 파스타이다. 동네 마다 고등어 굽는 냄새를 맡으며 자란 세대인 요리사 박찬일이 말하는 소울 푸드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진정성과 사람 손에서 시작되는 정성이었다.
여수항을 출발해 바다를 쾌속정으로 달려서도 두 시간이 훌쩍 지나야 도착하는 섬 거문도. 그곳이 고향인 한창훈 작가는 고향의 맛을 잊을 수 없어 귀향했다. 삶에 지쳐 결핍을 느낄 때마다 떠오른 것이 바로 고향에서 먹었던 음식이었다. 그 중에서도 항각구국(엉겅퀴 갈치국)은 한 작가의 치유 음식이다. 섬사람들끼리 통하는 말 중에 ‘국 좋은 게 있다’고 하면 항각구국이 있다는 말. 오직 거문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자 한 작가의 소울 푸드인 항각구국은 작가에게 있어 인
소울 푸드는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과거의 나를 살찌운 음식, 지금 나를 살아가게 하는 음식, 상처 난 마음을 다독여 주고 살아갈 힘을 주는 인생의 잊을 수 없는 맛, 그 모든 것이 우리의 소울 푸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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