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영화 ‘돈의 맛’으로 프랑스를 찾은 임 감독은 26일 오후(현지시간) 빨레 드 페스티발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 재벌을 넘어 백인사회를 향한 비판도 가했다.
임 감독은 다양한 질문에 솔직하고 거침없이 답했다. 기자회견 초반 다소 긴장된 모습을 보인 그는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돈의 맛’에 있는 소재”라고 말문을 열었다.
극중 윤회장의 집에 비치된 유명 작가의 미술품 등 고가의 작품과 저택을 묻는 질문에는 “집은 세트이고, 미술품 등의 가격이 제작비보다 훨씬 비쌀 것”이라고 웃으며 “친구관계로 모두 무료로 제공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의 슈퍼 리치들은 영화에서처럼 산다. 슈퍼 리치는 싫어할 텐데 그 부인들은 와서 보고 참고해서 자기 집을 꾸밀 것 같다”는 말로 긴장을 풀었다.
임 감독은 ‘1960년대 유럽식 아트하우스 필름이 이 영화의 기원이냐’는 질문에는 “세익스피어나 발자크 등의 고전소설이었던 것 같다”며 “침대에서 맥베스, 햄릿, 리어왕 등 10대 때 읽은 것들을 다시 읽었고, 세익스피어의 기운이 ‘돈의 맛’에 깃들길 바라며 각본을 썼다”고 회상했다. 재벌가의 섬세한 묘사에 ‘표현주의자 같다’고 하자 자신은 “냉혹한 리얼리스트”라고 부인했다.
그는 한국의 재벌을 비난한데 이어 백인 위주의 사회에도 비판을 가했다. “최근에 ‘부자들의 대통령-그들만의 리그 사르코지와 부자 친구들’의 번역본을 읽었는데 수준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어쩌면 이렇게 한국과 똑같은지 생각을 많이 했다”며 “단순히 썩은 권력이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임 감독은 극중 미국인 로비스트 ‘로버트’(달시 파켓)가 한국을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언급하며 “백인사회, 유러피안 사회, 미국이 있다. 식민지 시대가 끝났다고는 하지만 영토적으로만 그럴 뿐이고 경제적으로는 식민지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이나 미국에서 우아하고 평화롭게 사는 사람들의 삶 바탕에는 고통 받는 이주민이 있고, 아시아나 아프리카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을 외면한 게 테러리즘으로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그는 “한국이라는 극동의 나라에서 온 감독이 영화 좀 잘 찍었다고 귀엽게 보지 말아 달라”며 “한국의 재벌은 너무 (다루기) 조그맣다. 다음에는 재벌을 안 다루고 백인들을 공격하는 영화를 찍을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물론 “우아하게 사는 백인이 우리나라보다 더 포용력이 있길 바란다”고 웃어넘겼다.
임 감독은 이날 자신과 함께 자리한 배우들에 대해서도 애정을 표했고, 칭찬도 했다. 그는 특히 ‘윤여정이 연기한 캐릭터가 마녀 같다’는 해외 언론의 지적에 “마녀일 수 있지만 아주 귀엽게 그리고 싶었다. 윤여정과 백윤식의 관계도 그로테스크틱(기괴)하지만 어떤 페이소스가 있도록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영화의 주인공은 김강우가 맡은 영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영작이 바로 나의 모습이고, 보통의 한국 남자의 모습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아는데, 질식할 것 같은 삶을 사는 한국인들에게 뭔가를 촉구하고 위로를 주는 영화였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여정은 “임 감독은 머리가 굉장히 좋다. 그런 사람이 디렉션을 주는 것은 잘 받아들이게 된다”고 칭찬하면서도 “몸소 시범을 보일 때가 있는데 특히 섹스신에서 시범을 보이려고 할 때 괴로워 멈추게 했다. ‘그냥 내가 하겠다’고 했다”고 웃었다.
윤여정은 또 “‘밀양’이나 ‘시’ 를 연출한 이창동 감독의 여주인공과 임상수 감독의 여주인공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이창동 감독의 여주인공과 임상수 감독의 여주인공은 굉장히 다르다”며 “대한민국에는 돈 많고 권력 있는 남자가 젊은 여자와 관계를 했다면 박수를 받을지는 아니라도 수용할 만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자가 그러는 것은 끔찍하다고 할 수 있다. 임 감독은 아직 진일보적인 여자를 그린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상수 감독은 ‘문제적 감독’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칸(프랑스)=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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