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국민 남편이 됐는데, 프랑스 칸에서도 사랑받는 존재가 된데 대한 기분을 묻는 질문의 대답이다. 지난 21일 공식 상영된 영화 ‘다른 나라에서’(감독 홍상수)에 나오는 극중 유준상의 대사를 만나는 사람마다 그에게 건넸단다.
24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칸 해변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유준상을 만났다. 그는 “김남주씨 등 ‘넝쿨당’ 팀이 지금 죽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며, “고맙고 미안하기도 하다”고 웃었다. 당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촬영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려다 제작진의 배려로 귀국 일을 미루게 된 그는 미안한 모습이 보이기도 했지만 일단은 무척이나 즐거워보였다.
‘다른 나라에서’ 공식 상영 때 일부터 술술 풀어낸다. “극중 텐트 안에서 ‘잇츠 레이닝(It’s raining)~’이라고 노래 부르는 신이 있지 않나? ‘다른 나라’에서 레드카펫 행사를 할 때 비가 내려 너무 좋았다. 또 공식 상영에서 내가 노래 부르는 신이 끝나자마자 전체 관객의 박수가 나왔다. 감독님도 진풍경이라고 했는데 그 때 너무 행복했다. 또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여자, 남자 가릴 것 없이 내게 ‘아이 프로텍트 유(I protect you)’라고 했는데 정말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들이다.”
“아이 프로텍트 유”는 극중 해양구조원으로 나오는 유준상이 한국을 찾은 안느(이자벨 위페르)에게 수영을 할 때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너를 보호해 주겠다”는, 일종의 작업 멘트였다. 한국인 특유의 발음으로 공식 상영에서도 관객을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던 대사다.
‘다른 나라에서’는 전북 부안 모항을 찾은 각기 다른 세 명의 안느(이자벨 위페르)와 해양구조원(유준상) 등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은 영화. 프랑스의 대표적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참여해 화제를 모으더니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올라 눈길을 끌었다.
잊지 못할 또 다른 즐거운 경험도 생겼다. “길에서 태극 마크를 달고 있는 프랑스 여고생 세 명이 지나가다 나를 보고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라고 하더라. 나도 ‘반가와요!’라고 했는데 그 친구들이 ‘저 프랑스 사람인데 넝쿨당 잘 보고 있어요’라고 하더라. 자기 친구들도 같이 본다고 하는데 깜짝 놀라기도 했고 아주 재밌는 경험을 했다.”(웃음)
벌써 6번째 작품을 홍 감독과 함께한 유준상은 “영화를 찍을 때는 이렇게 힘들 수가 없다. 무엇을 하는 지도 모를 정도로 집중을 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스스로 질문하는 화두들이 상당히 많다고 만족해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발견하는 것들이 좋단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극중 도올 김용옥이 ‘아이 때와 지금이 변한 게 있느냐’는 대사를 건넬 때 유준상은 “울컥한 마음이었다”고 했다. “툭 던지는 대사가 나한테 하는 질문 같았다”며 “감독님 작품은 중요한 것들이 요소요소마다 숨어있다. 발견하는 부분이 볼 때마다 다르다”라고 감탄했다.
홍 감독의 연출 스타일은 독특하기로 소문났다. 촬영 당일 아침에 배우들에게 대본을 줘 즉흥적이라고도 표현된다. 이번에는 영어 대사였는데 별로 달라질 게 없었다고 기억했다.
“감독님과 방을 같이 썼는데 아침에 자고 있을 때 담배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아, 감독님 깼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줄담배를 태우니 ‘헉’ 할 정도로 온통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감독님 계속 쓰는 건가요?’라고 물었는데 쓰고 있다고 하시더라. 역시 이번에도 쓰는 거구나. ‘컴퓨터에 들어있는 것을 빼서 쓰는 게 아니었구나’라고 생각 했다.”(웃음)
상에 대한 욕심은 없다. 그는 “홍상수 감독도 워낙 상에 욕심이
한편 제65회 칸영화제는 27일 경쟁부문 수상자를 가린다. ‘다른 나라에서’와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이 경쟁부문에 올라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칸(프랑스)=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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