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배우 윤여정(65)은 시체스영화제에서 故김기영 감독의 1971년 영화 ‘화녀’로 여우주연상을 탔다. 하지만 그는 여러가지 여건으로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고, 최근에야 부산영화제를 통해 다시 만들어진 상을 받을 수 있었다.
윤여정은 현재 축제가 진행 중인 제65회 칸국제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노리며 프랑스 칸을 찾았다. 무려 두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과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다.
‘다른 나라에서’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돈의 맛’에서는 막대한 역할이다. ‘돈의 맛’은 대한민국 최상류층 윤회장(백윤식)과 자신의 돈을 지키기 위해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 피도 눈물도 없는 백금옥(윤여정) 여사의 이야기. 최상위층의 돈과 섹스, 탐욕에 관한 전반을 다뤘다.
극중 필리핀 하녀 에바(마우이 테일러)와 정사를 벌이는 윤회장, 외롭고 허한 마음을 달래려 비서인 영작(김강우)과 하룻밤을 보내는 백 여사는 특히 충격적이다. 윤여정은 “나도 생전 처음하는 경험이었다. ‘내가 노련하게 리드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했고 대사도 빨리 해야 했다. 임 감독이 잔인하게 나를 돌리더라”고 기억했다. 물론 약간은 농담조다.
윤여정은 힘들긴 했어도 “언제 재벌이 갑자기 되어 보겠느냐”며 “오만하고 방자한 것들을 평소에 못했는데 해보니 재밌었다”고 웃는다.
그는 “하지만 그때 500원이 지금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현재 콧방귀나 뀌겠나?”라며 “예전에 드라마 나와서 1만원, 1만5000원 받았을 때는 세상을 가진 것 같았다”고 추억했다.
윤여정은 지금 영화제 참석으로 한숨 돌리긴 했지만 최근 바쁜 나날을 보냈다. 드라마도 동시에 두 편 출연했다. KBS 2TV 주말극 ‘넝굴째 굴러온 당신’과 MBC TV 수목극 ‘더킹투허츠’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두 개를 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며 “PD와의 인연 등으로 일을 저질렀다. 한 드라마에서는 자식이 죽어서, 또 다른 드라마에서는 아들을 찾느라 울고불고 했다. 3일 동안 울어 코가 팅팅 부었다”고 했다.
‘더킹투허츠’는 종영을 해서 괜찮지만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1주일째 촬영을 하지 못했다. 그는 “유준상과 내 분량을 줄이느라 힘들었을 텐데 작가에게 고맙다”고 했다. 미안한 마음도 있는지 “지금도 호텔에 들어가면 보내준 대사를 외우고 있다”여 웃었다.
힘들긴 하지만 바쁘게 활동하는 게 더 활력이 넘쳐 보인다. 건강의 비결이기도 한 듯하다. 그는 “관리 하는 게 하나 없는데 내가 일을 해서 거죽이 언뜻 보면 젊어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칸(프랑스)=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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