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수(50) 감독은 영화 ‘돈의 맛’으로 제65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를 제대로 즐기고 있었다. 당연히 솔직한 마음으로 경쟁부문에 오른 성과가 더 큰 결과로 다가오길 기대했다.
“쉽고 유머러스하고 영화를 만들려고 애를 썼다”는 그가 수상을 기대하는 이유가 또 있다. 티에리 프리모 칸 집행위원장이 “올해 칸 영화제의 공식 선정 영화 가운데 가장 훌륭한 미장센”이라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폐막일을 앞두고 공식 상영되는 것도 수상자를 끝까지 남게 하려는 이유 가운데 하나기 때문에 기대할 만하다.
수상에 대한 기대가 있긴 하지만 그보다 궁금한 건 프랑스 현지인들의 반응이다. 지난 17일 개봉한 영화는 한국에서 평가가 분분하다. 결말에 필리핀 하녀(마우이 테일러)의 운명과 주영작과(김강우)와 윤나미(김효진)이 필리핀을 찾아가는 신이 한국 관객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임 감독은 “한국에서는 결말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가 많았는데 칸에서는 그 부분이 가슴 아프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방리유 사태(차별로 경제적 고통에 시달려온 이주민들이 집단으로 소요를 일으킨 사건. 프랑스는 이 때문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등을 통해 이주민 문제가 고통스러운 것을 알고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프랑스 인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는 다른 반응일 것 같다는 기대다.
‘돈의 맛’은 대한민국 최상류층 윤회장(백윤식)과 자신의 돈을 지키기 위해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 피도 눈물도 없는 백금옥(윤여정) 여사의 이야기다. 주영작(김강우)의 시선을 따라 이 재벌가가 돈에 지배되어 가는 과정과 돈의 맛을 보게 된 그들의 욕망을 오롯이 담았다.
돈과 섹스, 탐욕에 관한 전반이 다뤄진다. 특히 거대 그룹이 좋아하지 않을 만한 소재다. 임 감독은 취재 방식을 묻자 “깊은 취재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며 “오래 전부터 매체에 나오는 기사 등을 관심 있게 봤다. 재벌가에 아는 사람도 없고 특별히 물어본다고 알려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웃었다.
임 감독은 차기작으로 재벌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국을 찾은 필리핀 여성 가수가 윤락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란다. 재벌의 외압 때문인지 물으니 “어떤 전화도 한 통 받지 않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오히려 행사와 관련해 참여를 부탁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CJ엔터테인먼트나 쇼박스에 투자를 거절당하긴 했으나 롯데의 도움을 받아 마무리를 했다고 만족해했다.
경쟁부문에 오른 21편과 대결하는 ‘돈의 맛’은 폐막 하루 전인 26일 칸에서 공개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칸(프랑스)=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시네드에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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