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과 한국영화감독조합상, 무비콜라쥬상 등을 받으며 파란을 일으킨 한국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 프랑스 현지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돼지의 왕’은 제65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연상호 감독의 작품. 이 작품이 칸 현지에서 공개되자, 신인감독상이라고 할 수 있는 황금카메라상 수상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날 극장에는 프랑스 10대 소년과 소녀들의 단체 관람이 유독 눈에 띄었다. 10대 청소년들은 비슷한 또래의 한국 학생들의 학교 폭력과 왕따 등에 대해 관심을 표했다. 한 10대 소녀는 “충격적이고 잔인하다”며 “눈을 뜰 수 없는 장면이 상당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10대 소년은 “한국에서 이런 문제가 있느냐”고 물었고, 또 다른 소녀는 “잔인하긴 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졌다”고 말했다.
영화는 어른이 된 정종석(양익준)과 황경민(오정세)이 15년 만에 만나 중학교 시절 감춰둔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이야기 구조다. 철저한 계급사회에 괴롭힘을 당하던 종석(김꽃비)과 경민(박희본)의 어린 시절, 어른이 된 그들은 우상 혹은 영웅 같은 존재 김철(김혜나)의 이야기를 곱씹는다. 공부 잘하고 상위 계층의 동기들(영화는 개로 표현)에게 짓밟히기 일쑤인 종석과 경민 앞에 철이가 나타나고, 철이는 학교를 장악하는 불합리에 맞서 싸우려 노력한다.
영화가 과거의 진실을 드러낼 때 한국 관객이 충격에 빠졌던 것처럼, 칸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이어졌다. 영화의 종반부, 진실이 밝혀지자 이곳저곳에서 웅성거림이 이어졌다. 눈을 질끈 감거나 몸을 움츠리는 이들도 꽤 됐다.
에든버러 국제 영화제, LA, 뉴욕 아시아필름 페스티벌, 시드니 영화제, 파리 시네마 영화제, 몬트리올 판타지아 장르영화제 등에도 초청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돼지의 왕’이 칸에서 황금카메라상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칸(프랑스)=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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