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형 죽고 왕위에 올랐으나 ‘허수아비 왕’으로 무엇도 할 수 없는 답답함, 한눈에 반했으나 범할 수 없는 형수가 된 화연(조여정)를 향한 마음의 복잡함으로 괴로워하는 인물 성원대군이다. 영화 ‘후궁: 제왕의 첩’에서 김동욱이 맡은 역할이다.
김동욱은 “연기 변신이나 이미지 변신이라는 말은 부담스럽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 이 작품을 해야겠다는 건 아니었다”며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참여하고 싶었다. 단박에 결정을 했는데 촬영이 안 들어가서 계속 소속사에 물어보며 (촬영)날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기억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두 달 전, 김대승 감독은 김동욱에게 영화의 3분의 1 이상을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겼다.
“성원대군은 소년이었다가 점점 성장하죠. 왕이 되면서 변해요. 변화의 폭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정말 힘들었어요. 감독님이 처음에는 20대 초반 배우를 찾으려고 생각도 했는데 ‘성원대군이라는 인물이 시간이 흐르며 고민하는 것을 얼마만큼 이해할까’라는 생각이 들어 나이가 좀 있는 사람을 찾았대요. 또 감독님이 생각하기에 이 배우는 대중에 사랑받는 이미지 말고 다른 느낌도 있는데 그런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성원이 가지고 있던 모습을 저에게 느꼈나 봐요.”(웃음)
“모두가 최고의 준비를 해주고 있는 거잖아요? ‘나 때문에 이 작품을 망치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부담감과 압박감이 장난 아니었어요. 혼자 숙소에 들어가서도 연습했고 새벽 4시 전에 잔 적이 없어요. 혹시 감독님이 다른 감정과 표정을 원했을 때라도 그것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체화해야 했죠.”
‘광기어린 왕’을 표현해야 했는데 그 인물에는 어떻게 빠져들었을까.
“솔직히 어떤 인물인지 정의 내리지 않았어요. 다른 역할들은 두 번, 세 번 읽으면 몇 개 단어로 설명이 되는데 이 성원대군은 읽을수록 설명이 안 되더라고요. 다른 작품에서 비슷한 인물을 찾아 도움을 받으려고도 했는데 어떤 모습을 찾아야 하는지 몰랐고, 또 누군가를 찾아보면 내가 성원대군을 미친 사람이라고 규정하게 되는 거잖아요? 성원대군은 미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고, 내가 이 캐릭터를 어떻게 사랑하는지, 얼마나 이 사람의 사랑이 절실할지를 고민했죠.”
영화는 파격 노출과 정사신이 화제가 되고 있다. 조여정과 김동욱, 김민준은 전라로 수위 높은 정사신을 펼친다. 시각적 이미지는 특히 더 강렬하다.
그는 “각이 있는 몸을 만들지는 않았다. 성원이 현대적인 몸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감독님도 조언을 해줘 적당한 몸을 만들었다”고 회상하며 말을 이어갔다. 조여정과의 호흡을 기분 좋게 기억한 그는 “여정이 누나는 주위에서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게 하는 사람”이라며 “감독님, 배우, 스태프가 누가나 여배우라서 챙겨줘야 한다는 게 아니라 누나 스스로가 챙겨주고 싶게 만든다. 누나의 매력이고 장점인 것 같다”고 웃었다.
또 “정말 진지하고 절대 얕지 않은 배우라는 것을 작업하면서 많이 느꼈고 열연에 감동을 받았다”며 “힘들고 지치기도 했는데 내가 티를 못 내겠더라”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과의 작업은 힘들었다며 솔직하다.
“아마 지금도 감독님은 성에 안 차셨을 것 같아요.(웃음) 촬영이 끝나갈 때 어떠신지 물었는데 끝나갈수록 불안하시대요. 다시 촬영할 수 있는 기회도 없고 부족한 것을 만회할 수도 없으니까요. 그 얘기를 들으니 진짜 저도 그러더라고요. 후련함보다 아쉬움과 불안함이 더 커졌어요. 지금도 그렇고, VIP시사회, 또 개봉할 때까지 기대감과 불안함이 동시에 있을 것 같아요.”
‘후궁: 제왕의 첩’은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지독한 궁에서 벌어지는 애욕의 정사(情事), 광기의 정사(政事)를 담았다. 6월6일 개봉 예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