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 오고간 한 마디 한 마디가 정곡을 찌른다. 정곡을 찌르는데 모든 상황을 포용할 수 있는, 오묘한 정곡이다. 어쩌면 ’도가 텄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 하지만 그 자신에게만큼은 누구에게보다 철저하고 단호한, 프로페셔널이다.
015B 1집(1990) ’텅 빈 거리에서’의 객원보컬로 참여하며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디딘 윤종신은 90년대 감성 발라드계의 대표주자로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다른 가수들에게 꼭 맞는 옷을 입혀주는 작사·곡자로서의 활동도 쉼 없이 펼치고 있다. 성시경의 ’거리에서’, 박정현의 ’나의 하루’, 하림의 ’출국’, 김연우 ’이별택시’ 등 주옥같은 곡들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그럼에도 그는 가수 타이틀이 제일 좋다 했다. "지금도 뮤지션, 작곡가보다 가수라는 타이틀이 제일 좋아요.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건 굉장히 행복한 순간이죠. 다시 태어난다 해도 무대에 서는, 음악 하는 일을 택할 겁니다."
한 순간도 음악을 놓아본 적이 없다는 그는 요즘 매 달 신곡을 선보이느라 바쁘다. 어느새 3년째 접어든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 지칠 법도 한데 쉼 없이 꾸준히 신곡을 선보이고 있다.
2010년 봄 처음 시작된 ’월간 윤종신’은 디지털싱글, 미니앨범 위주로 변해가는 음악 환경의 변화에 대응한 나름의 행보였다. "’월간 윤종신’은 기획부터 모든 것을 제가 해야 하는 개인적인 프로젝트에요. 시청자도 감독도 검열도 없이, 누구의 터치도 받지 않는 그야말로 나만의 미디어이자 문화공간이죠."
이유 있는 〈편집자 주〉다. 수익은 좀 나느냐 묻자 그는 "적자는 아니고 이제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너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스스로 생각하는 ’보컬’ 윤종신에 대해 묻자 명쾌한 자평이 돌아왔다. "윤종신이라는 가수는, 나만의 화법이 있는 보컬. 잘하고 못 하고의 차원과 또 다른, 나만의 소리 내는 법 노래하는 법이 있는 가수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다수의 설득을 받지 못하더라도 내 창법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죠."
가사와 곡을 쓰는 사람으로서 스스로에 대한 느낌도 "윤종신스러운 멜로디"라는 표현으로 압축됐다. 언뜻 윤종신과(科) 발라의 느낌이 떠오르지만 한 때 ’풍운아’라는 예명으로 내놓은 트로트 곡을 떠올리니 그 음악적 한계를 좀처럼 가늠하기 힘들다.
꾸준한 음악 활동 한편, 윤종신은 2000년대 들어 예능 쪽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눈에 보이는 예능 행보와 달리 그의 음악 활동은 아이돌 열풍 및 음반 시장 환경 변화에 다소 가려졌다. 하지만 ’슈퍼스타K’ 시리즈의 심사위원으로 활약하며 뮤지션 윤종신의 진가가 대중 앞에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당시는 과도기였다 생각합니다. 제가 음악만 하기를 바라는 팬들도 있으니 예능에 대해 아무래도 부대낌이 있었겠죠. 그 과도기를 잘 이겨내야 결국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 생각했어요. 배우의 경우를 봐도, 이미지 변신에 한 번에 성공한다 해도 그 성공이 오래 가긴 힘들잖아요. 뭐든 천천히 변하고 천천히 인정받는 게 중요하더군요. 당시에도 저는 스스로 잘 하고 있다 여기며 중심을 잡아가려 노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윤종신의 선택은 꽤 옳은 판단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옳고 그른 게 아니라, 사실은 잘 버틴 것"이라 했다.
한창 물 오른 ’감’에 대해 언급하자 "갈 길이 멀다"며 손사래를 거듭 쳤다. "예능에도 윤종신의 방법, 유재석의 방법, 김구라의 방법이 각각 있어요. (유)재석이가 (김)구라보다 인기는 많지만 예능을 더 잘 한다는 생각은 안 합니다. 수직적 나열이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이 저보다 잘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나와 다를 뿐 그리고 그게 좋을 뿐이죠. 저는 저만의 것을 그는 그만의 것을 만들어내고 있는 겁니다."
속칭 음악과 예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윤종신을 롤모델로 꼽는 수많은 후배들에게는 "자기만의 최적화된 방법을 찾으라"는 조언을 건넸다. "저 역시 저에게 최적화된 삶을 살고 있듯 본인들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능감이 없는 친구가 갑자기 예능 한다고 뛰어들면 안 되겠죠."
뮤지션으로 시작해 ’예능 늦둥이’라는 호칭을 받기까지. 그리고 어느새 각 분야에서 두루 인정받는 만능 엔터테이너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윤종신의 행보는 전무후무 했다. 눈 앞에 난 길을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고 있기에. 그는 갈 길이 먼, 여전히 배가 고픈 ’프로페셔널 윤종신’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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