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 시골마을에는 개그맨 전유성과 청도군이 힘을 합쳐 작은 코미디 전용극장이 자리하고 있다. 작은 규모이지만 전국 250여개의 공연장 중 35주 연속 예매율 1위를 이어가는 기적의 장소기도 하다.
이곳에는 개그콘테스트에서 낙방한 지망생 16명이 모여 공연을 한다. 아직은 지망생이지만 직접 무대를 꾸리고 있는 만큼 책임감과 열정은 기성개그맨 못지않다.
이들은 매일 새벽까지 계속되는 연습 후에 합숙소로 돌아가 집안일까지 스스로 해야 한다. 청도에 오기 전까지는 집안일을 거의 해보지 않았다는 개그지망생들은 힘들고 불편한 생활을 감수하면서도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유는 한 가지, ‘살아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연습실 한 편에서 코너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3기 교육생 신미영(27)씨는 작은 체구임에도 종업원, 골프장 도우미, 콜센터 직원까지 나이에 비해 꽤 많은 경력을 갖고 있다. 이렇게 여러 직업을 전전했던 것은 가슴 속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 때문이었다.
이제야 현실에 맞춰 과거를 버리고 과감히 가슴이 시키는 일을 선택한 그이지만 수입이 없어지며 친구 결혼식에도 가지 못하는 불편함이 생겼다. 신씨는 빈 주머니를 아쉬워하기보다 채워진 가슴 속을 뿌듯해 하며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중이다.
2기 반장 이헌일(31)씨 또한 비슷한 경우다. 연출자가 따로 없는 극장의 특성상 반장이자 맏형인 그는 연기와 스태프, 동기와 후배들의 코너 검사, 관객의 연령층에 맞게 공연을 연출하는 일까지 도맡아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
서울에서 2년, 청도에서 2년. 총 4년 째 개그맨에 도전하고 있는 이 씨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꿈을 찾아 대학로에서 코미디 극단 생활을 시작했다. 시작한 지 3년이 지나서야 겨우 집에 사실을 알릴 수 있었다는 그는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드릴 생각에 누구보다 개그맨의 꿈이 간절하다.
부모님의 만류와 31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 주변의 쏟아지
채 뜨지 않은 태양을 가슴에 품고 무대에 오르는 지망생들과, 삶의 근심을 잊고 박장대소하는 관객들은 작은 극장에서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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