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은 사람 아닌가. 일반인들과 돈이 많다는 차이일 뿐이지, 희로애락 정서는 똑같겠지 뭐.”
그는 필리핀 하녀로 나오는 필리핀 가수 겸 배우 마우이 테일러(29)와 수위 높은 정사신을 펼쳤다. 마우이 테일러와 백윤식의 나이차는 36세. 솔직히 부담스러웠단다. 여자든 남자든 옷을 벗는다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감독과 영화 스토리를 향한 믿음, 배우로서의 자부심이 그의 상체를 드러나게 했다. “영원히 기록에 남을 것이니깐 편하진 않았다. 솔직히 옷이란 게 왜 있겠나. 직업의식이라고 할까? 관객에게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 그런 것이지.”
백윤식은 “수위가 만만치 않았는데 임상수 감독의 특징 때문인지 섹스 자체가 지저분하지 않다”며 “은은하게 그 수위를 감싸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의 내용을 그릇에 담아주는 건 감독의 총체적인 능력”이라며 “감독이 접근한 만큼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백윤신은 정사신보다 성악을 하는 신이 더 힘들었다고 했다. 수영장과 욕조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위해 성악 지도를 받으며 하드 트레이닝을 받았다. 자신을 음치라고 생각하는 그는 열심히 연습을 해야 했다. 하지만 상당 부분 편집된데 대해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편집 때문에 배우로서 생각하는 상황이 덜 표현됐을 때마다 아쉽단다.
“막상 영화를 보니 무척 아쉽다. 배우가 타이밍에 맞춰 감정을 조절하잖아. 그런데 편집 과정에서 잘려나가면 배우 입장에서는 생뚱맞게 되는 거야. 그래서 어떤 배우는 편집 때문에 스트레스 받기도 한다니까. 나도 스트레스를 받으니 ‘소통의 장’(백윤식은 임 감독과의 대화를 이렇게 표현했다)으로 임 감독과 자주 갔다.”
마지막 사랑이라고 느낀 필리핀 하녀와의 멜로 신도 불만이다. “하녀와의 과정을 일일이 보여줄 순 없지. 하지만 어떤 계기로 그 하녀에 꽂히게 됐나는 이야기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감독 입장에서는 너무 설명적이지 않느냐고 했다. 시나리오는 잘 썼는데 시나리오대로 찍어달라고 했다니까.”(웃음)
그럼에도 ‘돈의 맛’에 참여한 것을 만족한다. 그는 임 감독을 “창작의 그릇을 풍부하게 갖고 있고, 그것을 표현하는데 ‘쿨하게’ 잘 담아낸다”고 호평했다.
백윤식은 “한 배를 타면 선의의 경쟁이라고 할까? 자기만 잘하면 되는 건 아니다. 둘이 연기하면 둘이, 셋이 연기하면 셋이 공조해서 연기를 해야 한다. 서로 호흡을 맞춰주는 식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김효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후배들을 항상 긍정적으로 본다”며 “지금은 우리 젊었을 때와는 많이 다르다. 부담을 안 주고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한다”고 했다. “젊은 친구들 보면 밝게 보인다. 손자와 아들 보듯 귀엽다. 인생을 살면서 뒤를 돌아다본다는 게 그런 젊은 친구들 보는 거지. ‘인생이로구나’를 느끼는 것이고, 그런 친구들이 현자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극중 윤회장은 돈의 역겨운 맛을 깨닫는다. 현실에서 그는 돈에 대해 직잡하지 않는다. “인간의 마음대로 잘 안 되겠지만 돈은 편하고 질서 있는 사회 유지를 위해 만들었다”며 “돈을 아낄 줄 알아야 하고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짚었다.
근검절약한다는 그는 가족에게 쓰는 돈은 전혀 아깝지 않다. 특히 아들인 배우 백도빈과 정시아 사이에서 둘째 손녀가 태어나자 가족에 더 너그러워진 듯하다. 자연스럽게 손자와 손녀 이야기로 흘렀다. “남자애도 귀여운데 딸이어서 너무 좋더라. 아들 맛하고 또 손주 맛이 다르더라. 이유가 없어. 그냥 좋더라고.”(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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