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다 떠나고 어르신들만 남은 산골 마을. 재학생이 4명 밖에 남지 않아 폐교 위기에 놓였던 작은 학교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3년 전 마을에 친구가 없어 심심해하는 자녀들을 위해 만든 작은 공부방에 도시 아이들이 산골유학을 오면서부터다.
도시 아이들이 시골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지역 아이들과 유학 온 아이들은 허물없이 잘 지냈고, 아이들 덕분에 적적했던 농촌 마을에 활기가 흘렀다.
삭막한 도시에서 스트레스와 우울증, 외로움에 시달려야했던 아이들은 따뜻하게 품어주는 산골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마음을 열었다.
농촌이 좋아 귀농한 산골쌤(윤요왕 씨)은 요즘 아이 넷을 키우느라 정신이 없다. 아들 민규와 딸 민재 그리고 얼마 전 유학 온 영훈이와 성현이까지. 자식들이 모두 장성해 나간 이웃 농가의 풍이 할머니 또한 수민, 소영, 다빈 세 아이를 맡아 손녀처럼 기르고 있다.
영훈이의 첫 시골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기숙사가 아닌 지역 농가에서 아줌마,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지역 아이들과 함께 가족처럼 지내면서 영훈이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도시에서 쉽게 친구들을 사귀지 못했던 영훈이는 자연스레 아이들과 어울리기 시작했고, 두렵고 낯설었던 산골 생활에 차츰 적응했다.
서울에서 어린 두 동생들과 마찰이 잦았던 첫째 다빈이 역시 한 지붕 아래 두 언니들과 같이 살면서 동생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이따금 부딪히고 싸우며 스스로 갈등을 해결했고, 다빈이는 그 과정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웠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자연 속에서 해가 지는 줄 모르고 노는 아이들은 제 손으로 텃밭에 모종을 심고 토끼와 닭을 기르며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친구와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했다. 인생의 중요한 가르침을 책이 아니라 온 몸으로 부딪혀 마음으로 알게 된 것이다.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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