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과 인왕산 사이에 있는 부암동은 ‘도심 속 시골’로 불리며 서울의 명소로 꼽힌다. 탁 트인 경치가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끄는 이곳엔 보기만 해도 답답한 이동교 씨의 집이 있다.
이씨네 집 대문을 여는 순간, 눈앞에는 2m 높이의 담벼락이 우뚝 서있다. 이 담벼락은 이씨의 출입구를 원천봉쇄 해버렸다.
담벼락 때문에 이씨의 집은 밖에서 보이지 않는다. 집을 처음 찾는 손님을 물론, 중국집 배달 경력 10년차도 집을 찾아 헤맨다는 웃지 못할 일화가 속출한다.
이렇게 이씨의 골머리를 썩게 하는 담벼락의 주인은 다름 아닌 앞집에 살고 있는 이웃 A씨다.
이씨에 따르면 A씨가 이사 오기 전, 앞집에 살던 전 주인은 토지 대장 상으로 자신의 땅인 폭 1미터 남짓한 길목에 대해 오래 전부터 마을 사람들이 이용해왔기에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7년 전 새로 이사 온 A씨는 사람들이 골목길로 이용하는 자신의 땅을 재산으로 되찾기 위해 담을 쌓아 버렸다.
이씨는 “이건 우리보고 날아다니라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내가 저 담에 예명을 붙였다. ‘놀부담’이라고”라는 말로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이씨는 매일같이 A씨의 집 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걸지만 돌아오는 건 묵묵부답뿐이다.
이때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A씨가 나타났다. 변호사를 대동한 그는 “그동안 내가 다니게 해주었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라며 도리어 이씨를 나무랐다. 그는 “내가 내 것을 지키겠다는
A씨의 담벼락으로 인해 순식간에 출입문이 막혀버린 이씨와, 이웃의 불편보다 자신의 재산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A씨. 이웃사촌 간의 정이 2m의 담벼락으로 무너진 사례가 보는 이들을 씁쓸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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