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까지 이른바 바보였다. 6개월 동안 SBS TV 드라마 ‘내일이 오면’에서 그렇게 살았다. 아직도 배우 인교진(32)은 가끔 바보 같은 손짓과 행동이 나올 때도 있다고 했다. 아직도 이 역할을 쉬이 놓지 못하나 보다.
인교진의 첫 장면은 동네 불량 고등학생들과 맞닥뜨리는 신이다. 학생들이 성룡의 돈을 뺏으며 괴롭히는 장면이다. “돈 더 없냐”는 불량배의 말에 성룡은 주머니를 뒤지더니 “없다. 여기도 없다”라고 맛깔나게 연기했다. 이 장면부터 인교진은 제대로 바보 연기를 해냈고 마지막까지 멋지게 장식했다.
바보 역할은 쉽지 않다. 연기력이 검증돼야 하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다. 그가 이 역할을 맡을 수 있었던 건 2003년 드라마 ‘선녀와 사기꾼’을 함께 한 장용우 PD와의 친분 때문이다. 장 PD는 인교진의 연기를 믿었고 성공했다.
“너 바보 역할 할 수 있지? 영화 같은 것 찾아보고 연구 많이 하라”고 한 장 PD에 인교진은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집에 와서 생각하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했다.
비슷한 증세가 있는 인물이 나오는 영화를 12편 넘게 봤다는 그가 가장 많이 참고한 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1994)다. 손가락을 튕기는 동작도 이 영화를 보고 하게 됐다. “이 영화를 한 5번 정도 본 것 같아요. 술 취해서도 보고, 침대에 누워있을 때도 계속 봤죠. 보면서 ‘오~ 이건데?’라고 생각했어요.”
부모님이 싫어하지 않았느냐고 하니 “좋은데? 너 평소에 바보 같은 짓 잘하잖아”라고 웃으며 힘을 실어줬다고 했다. 어버이날, 부모님과 식사를 하러 갔을 때 사람들이 알아보는 모습을 보고 “부모님이 ‘네가 잘 해서 다들 알아봐주나 보다’라고 하셨단”다.
인교진은 “예전에는 멋있고 괜찮은 배역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이제는 친근한 역이 좋다”고 했다. 평소 성격도 사람들이 알아보면 인사하고 반가워한다.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
2000년 MBC 공채탤런트로 뽑힌 인교진은 13년차다. “신인입니다”라는 말을 8년을 했다. 아직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배우는 아니지만 한 단계씩 밟아가는 중이다.
“솔직히 합격하면 모든 게 될 줄 알았는데 사람 취급 못 받았을 때도 있었죠. ‘그만둬야지’하는 고민도 많이 했지만 버텼어요. 이 바닥에서 ‘너 정말 못 한다’라는 말을 들으면 모르겠지만 ‘너 되겠는데?’라는 말을 들으면 좋은 날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웃음)
오래 연기를 해서인지 팬들 가운데 주부가 된 이들도 꽤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팬들에 대해 묻자 “영화 ‘신기전’ 찍을 때 촬영장에 먹을 것을 싸들고 와서 챙겨준 팬과 집 근처에 과자 선물을 사온 팬들이 기억난다. 15명 정도 밥을 사준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인교진은 “요즘은 슈퍼주니어 멤버나 손담비 등 연예인들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데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 괜히 손을 흔들며 나름 내 팬이라고 생각하고 만족하고 있다”고 웃었다.
“이번에는 조금은 정상적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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