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장의 퇴출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던 이들이 복귀하는 자와 남은 자 사이에서 갈등을 빚고 있고, 파업 중에 채용된 계약직 아나운서와 기자들은 토사구팽 위기에 처했다.
배현진 양승은 아나운서가 잇따라 파업을 철회하고 앵커석으로 복귀함에 따라 대체 인력으로 투입됐던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프로그램에서 자취를 감추고 만 것.
안동 MBC와 EBS를 거쳐 MBC 계약직 앵커로 채용됐던 박보경 아나운서는 지난 달 9일부터 ‘뉴스데스크’ 단신 뉴스 보도를 담당했으나 배현진 아나운서가 다시 앵커석으로 복귀하자 예고도 없이 사라졌다. 양승은 아나운서 역시 주말 뉴스데스크 복귀 신고식을 마치면서 대체인력으로 선발된 이혜민 아나운서는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간 것일까.
MBC의 박소희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양승은 최대현 배현진 아나운서 복귀하자 마자 계약직 앵커들 가차없이 잘렸다”며 “사람을 일회용처럼 쓴 것”이라고 폭로했다.
그러나 사측은 일각에서 보도된 해고라는 단어는 잘못된 표현이라며 박보경 아나운서는 자정 뉴스인 ‘뉴스24’로 자리를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혜민 아나운서 역시 아침 ‘뉴스투데이’로 자리를 옮겼다고 덧붙였다.
MBC 사측은 노조의 총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방송에 차질을 빚게 되자 지난 3월 계약직 방송인력을 뽑아 긴급 수혈해왔다.
이에 대해 노조는 ‘무개념 앵무새 앵커’라고 비하하며 “MBC 뉴스의 얼굴인 앵커를 MBC 아나운서나 기자가 아닌 외부에서 데려온 ‘프리랜서’가 맡은 것은 51년 역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향후 계약직 앵커들의 거취는 더욱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파업을 철회하고 앵커석으로 복귀하는 누군가가 생기지 않더라도, 파업이 끝나면 이들의 신세는 더욱 초라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노조 파업을 틈타 1년 계약직으로 채용됐다. 한 마디로 ‘땜빵용’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MBC는 최근 사실상 정규직에 가까운 ‘시용 기자’ 20여명을 뽑겠다는 공고까지 냈다. 1년 근무(시용) 후 정규직으로 임용된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달았다.
노조는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강력 반발했다. “‘시용 기자’들과 보도 부문 대다수 후배 기자들과의 인간적 갈등도 불 보듯 뻔하고, 결과적으로 보도 부문 구성원 간의 갈등을 영속화시키는 분열의 씨앗을 뿌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채용 될 ‘시용 기자’들은 그들대로, 또 이들과 함께 해야 하는 우리 후배 기자들은 기자들대로 모두의 가슴에 대못이 박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개탄하면서 채용 철회를 촉구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happy@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