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의 맛’은 한국 사회의 최상위층 ‘계급’의 뒷면을 드러낸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그 이면을 파헤친다고 해야 맞는 것 같다. 밝혀진 이면은 씁쓸하고 답답하며 불편하다. 역겨움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고, 영화가 강조하려는 대로 모욕감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10년차 직장인 주영작(김강우)은 백씨 집안의 비서로 큰일(?)을 처리한다. 아들(온주완)의 비위를 감싸기 위해 검찰의 ‘가장 높은 분’에게 돈다발을 챙겨다 주고, 방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일반인들이 보면 쓸모없는 것 같은) 잡무를 하는 게 그의 일이다.
대한민국 최상류층 윤회장(백윤식)과 자신의 돈을 지키기 위해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 피도 눈물도 없는 백금옥(윤여정) 여사의 이야기. 영화는 주영작의 시선을 따라 이 재벌가가 돈에 지배되어 가는 과정과 돈의 맛을 보게 된 그들의 욕망을 오롯이 담았다.
백씨 집안은 일반 세상과는 다르게 돌아가는 존재다. 영화는 처음부터 이 사실을 강조한다. 빠른 속도로 도로를 누비는 다른 차들과는 달리 백씨 집안의 차는 유유자적 떠다니는 모습이다. 이 집 사람들은 모두가 다른 나라, 각자의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 같다.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의 연출이 더 그렇게 영화를 바라보게 한다. 돈의 맛에 빠져든 식구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백 여사의 딸 윤나미(김효진)가 정상적인 것 같긴 하지만 특이한 삶으로 받아들여지는 건 마찬가지다.
영화는 이 재벌가가 각종 비리의 온상임을 버젓이 드러낸다. 검찰, 교수, 공무원, 언론 등 모두가 돈을 받아먹는다고 조롱한다. 임 감독이 “텍스트로 재벌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이유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적나라하다.
파격적이고 격렬한 정사신을 기대했던 이들은 실망할 수도 있겠다. 적나라하게 성을 묘사하진 않았다. 재벌을 향한 비판에 대해 집중적으로 날을 세운 것 같지도 않다. 높은 수위를 기대한 반감 효과인지, 잔잔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물론 잔잔하면서도 불편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이어지는 게 이 영화의 매력이다. 블랙코미디 요소도 다분해 씁쓸하긴 하지만 웃음을 전하기도 한다.
주인공인 김강우가 초반부터 이 재벌가와 돈의 맛에 대해 알듯 말듯 엷은 미소를 짓는 건 관객을 몰입시키는 효과를 준다. 그 미소의 의미를 알 수 없어 혼란스러울 때도 있지만 다른 비정상적인 백씨 집안 가족들과는 달리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인 영작이 고뇌하는 모습이 잘 표현됐다.
아쉬운 건 조금 더 끈적끈적하고 더러운 이미지를 덧씌워 돈의 부정적인 모습이 부각됐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점이다. 결말을 내놓은 방식과 내용이 강하지 않다는 인상도 아쉽다. 전작 ‘하녀’의 충격적인 결말과는 다르다. 물론, 마지막 반전을 받아들이는 건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이 시대의 아름다운 청년을 그려보고 싶었다”는 임 감독의 의도는 성공한 것 같다. 김강우를 필두로, 윤여정, 백윤식, 김효진, 온주완, 마우이 테일러 모두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누구나 노동력 착취와 불법 증여, 금권 등을 언급하며 재벌을 비판한다. 전면에 나서는 건 어려운 일일 테지만 문제적 감독 임상수는 그 이면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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