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유지태를 이야기 할 때는 어찌나 좋아하고 미소 짓는지 신혼이라고 얘기 안 해도 모두가 알 정도다. 영화 이야기를 할 때는 또 진지하게 자신의 열정과 바람을 끄집어낸다. 정사 신에 대해서도 거침없고, 연기를 향한 목마름도 온전히 전해진다.
제6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영화 ‘돈의 맛’은 문제작이다. 너무도 직설적인 임상수 감독이 한국 최상류층의 문제를 꼬집었다. 그것도 적나라하게.
“감독님은 작품성 있는 영화를 만드시는 분으로 유명하시잖아요. 물론, 저는 감독님의 영화 속에 있는 여성 캐릭터가 무척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결혼 때문에 바빴는데도 출연하고 싶다고 한 이유에요.”
김효진은 돈에 죽고 못 사는 백씨 집안의 다른 가족들과는 달리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하지만 이혼녀인 그는 비서 주영작(김강우)을 마음에 들어 하고 시종 유혹하려 한다.
“집에 있는 비서를 보고 통할 것 같아서 좋아하게 돼요. 옷까지 벗고 잠자리를 갖자고 덤비는데 거절당하죠. 그러면 나미는 또 쿨하게 ‘그럼 나중에 해요’라고 말해요. 그런데 영작이 엄마한테 당했다는 걸 알게 되죠. 정말 말도 안 되죠? 입에 담기도 좀 그런데 정말 파격적이에요.”
영화는 몸을 사리지 않고 상상을 초월한 연기를 펼친 배우 윤여정과 김강우의 정사신이 화제가 됐다. 하지만 김효진과 김강우의 베드신도 수위가 꽤 높다.
김효진은 “영작을 원한 나미가 결국 그와 함께 하게 됐을 때의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웠다”며 “일반적인 정사신도 아니고 독특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임 감독이 손수 포즈와 행동, 각도 등에 대해 시범을 보이며 몰입했다고도 전했다.
임상수 감독을 향한 믿음과 남편의 든든한 지원으로 멋지게 끝낼 수 있었고 프랑스 칸에도 가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김효진은 “감독님이 내 안의 새로운 모습을 봐준 건데 반가웠다”며 “내 것을 주장하기보다 감독님의 것을 받아들여보자 해서 마음이 열려있었다”고 회상했다.
김효진은 연기를 향한 욕심이 대단했다. 백윤식, 윤여정이라는 베테랑에게서 배운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배우려고 촬영장에 가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연기하는 것”이라는 설명에 그가 달리 보였다. 물론, 그들을 향한 존경심은 엄청나다.
“특히 윤여정 선생님 같은 경우는 65세이신데 파격적인 연기를 맡아서 하시는 것이 멋있고 당당하셨어요. 40년 후에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그게 말처럼 쉽지 않잖아요? 도전을 많이 하고 성공과 실패에서 왔다 갔다 하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아요.”
‘창피해’ 같은 영화는 동성애 코드를 가진 실험영화다. 김효진은 “예전에는 새로운 역할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며 “하지만 계속 다른 연기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있었다”고 말했다.
“동성애 코드를 가진 시나리오를 받아본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배우는 비슷한 연기를 하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고 발전도 없는 것 같더라고요. 다른 모습에 도전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창피해’나 ‘오감도’, ‘돈의 맛’도 그렇고, 감독님들이 저의 새로운 모습을 봐주는 게 반가웠죠. 연기하면서 너무 재밌었어요.”
신혼 생활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효진은 영화 출연으로, 유지태는 감독으로 데뷔하는 ‘산세베리아’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아쉬웠겠다고 하니 “틈틈이 신혼 생활을 즐긴다”며 수줍어했다.
“바쁘지 않을 때는 제가 집안일과 요리를 하고, 제가 촬영을 하면 오빠가 알아서 해줘요. 그게 배려이고 고마운 것이죠. 식사는 제가 꼭 챙겨주려고 하거든요? 잘 하는 건 많지 않지만 많이 만들어주고 싶어요.”(웃음)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게 많아요. 일단 마음이 편하고 서로의 발전에 도움이 되죠. 서로 지지해주고, 응원해주죠. 감독과 배우로 창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요. 뭐, 나쁜 점은 우리 이야기를 많이 물어본다는 것 정도? 저는 얘기하는 걸 좋아하지만 오빠는 좀 그런가 봐요. 그래도
그는 2세 계획에 대해서는 “‘언제 가져야겠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라며 “만약 아이가 생기면 하늘이 주신 축복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고 또 배시시 웃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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