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 파업이 100일을 넘어섰다. 11번 채널에선 멈추지 않고 방송이 이어지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숨만 나온다. 보도, 교양, 드라마 등 전 부문에 걸친 총체적 난국이지만 예능의 경우 직격탄을 맞은 수준이다.
파업 상황 속에서도 최소한의 인력으로 방송 펑크 없이 꾸준히 새로운 회차를 방송하고 있긴 하지만 프로그램 자체의 힘이 떨어졌기 때문인지 도통 시청률은 신통치 않다. 8년차 장수 예능이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은 유효하지만 시청자들에게 선뜻 “놀러와”라고 말하지 민망해진 분위기다.
‘황금어장-라디오스타’는 내홍이 더 크다. ‘놀러와’와 마찬가지로 파업 와중에도 고군분투 하며 프로그램을 만들어오면서 열혈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얻고 있지만 김구라의 하차로 격변이 예고된 상태다.
‘라디오스타’는 지난해 가을 강호동의 잠정 은퇴 이후 ‘무릎팍도사’ 코너가 사라진 뒤에도 그만의 색채를 유지하며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코너 내 저격수로 꼽히는 김구라가 발언 논란으로 자진 하차하면서 존폐 위기까지 내몰렸다.
우여곡절 끝 지난 9일 ‘라디오스타’ 녹화가 재개됐지만 김구라가 빠진 ‘라디오스타’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아직 프로그램이 열리지 않은 상황이지만 ‘라디오스타’의 개성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작사 측이 “사실무근” 입장을 밝힘에 따라 존폐 위기에선 한숨 돌린 분위기지만 ‘주병진 토크 콘서트’는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좌충우돌을 거듭하고 있다. 타 방송사 동시간대 프로그램과의 시청률 경쟁에서 밀리는 게 문제가 아닌, 프로그램 자체가 불안정하다는 점이 ‘주병진 토크 콘서트’의 근본적인 문제다.
MBC 대표 예능 ‘무한도전’은 그야말로 올 스톱 상태가 파업 일수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파업 첫 주차부터 방송이 멈춘 ‘무한도전’은 현재 14주째 결방 중이다. 파업이 끝나기 전 방송 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태가 됐다. 노조 측에 따르면 ‘무한도전’ 존폐를 건 사측의 딴지 걸기까지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은 시청자들의 무한한 지지를 업고 장기 결방에도 단단한 결속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수의 시청자들이 ‘무한도전’ 방송 재개를 희망하고 있지만 파업의 당위성을 설명한 김태호 PD의 입장을 이해하며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무한도전’에 무슨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적지만, 점점 낮아지는 시청률은 걱정거리가 아닐 수가 없다.
지난 6일 첫 생방송을 치른 ‘나는 가수다2’(나가수2) 역시 생방송 경연이라는 초강수를 뒀음에도 불구, 예전만 못한 분위기다. 방송가를 패닉 상태로 만든 시즌1 초반의 파괴력이나 폭발력은 찾아볼 수 없다. 생방송인데도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평이 다수다.
10%에 근접한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게 ‘일밤’을 살렸다는 점은 높이 살 만 하지만 이 역시 시즌2 초반의 반짝 인기일 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 문제가 아닌, ‘나가수2’ 스스로가 넘어야 할 산이 돼버렸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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