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제작진은 강원도 원주의 한 다리 밑에서 할아버지가 살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내려갔다. 그러나 다리 밑에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덩그러니 있을 뿐, 사람의 모습이라곤 발견할 수 없었다.
이때 어지럽게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웅크리고 누워있는 한 할아버지가 발견됐다. 한눈에 보기에도 오래 입은 듯 낡은 옷차림에 식사도 한참을 거른 듯 깡마른 체구의 김청근(86세) 할아버지다.
자세히 살펴보니 할아버지를 둘러싸고 있는 건 단순한 쓰레기더미가 아니었다. 누군가 행여 물건들에 손을 대려 하면, 할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내고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모두 요긴한 살림살이에, 할아버지 나름대로 쓰레기를 정리해놓은 기준까지 있다는 것.
더욱 이상한 점은 실제로 먹을거리도 있고 주변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작 할아버지는 음식물 쓰레기와 커피 외에는 일절,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한평생 곁에서 지켜주던 아내가 죽고 난 뒤 다리 밑에 오게 됐다고 한다. 심마니로 일하던 자신을 제 몸처럼 보살펴주던 아내는 한순간에 병을 앓아 세상을 떴다. 할아버지는 아내의 죽음 후 뒤늦은 죄책감과 후회에 이 같은 생활을 시작했다. 아내가 걸려 음식도 입에 넘기지 못하고 잠자리에도 편히 들지 못했다. 그렇게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삼키
하루 종일 거리를 배회하며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고, 그러면서도 커피만을 마시던 할아버지는 혼자가 편하다며 다리 밑을 떠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촬영을 마치고 돌아서는 제작진의 두 손에 자신의 유일한 먹거리, 커피를 꽉 쥐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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