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선균(37)은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감독 민규동)에서 전설적인 카사노바를 연기한 류승룡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류승룡 대신 이선균이 맡았어도 유쾌하고 통통 튀는 특별한 매력을 살렸을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래도 이선균은 “배우는 어떤 역할이든 하겠다는 마음이 항상 열려 있다”며 여지를 남긴다. “캐릭터만 보고 작품을 선택하는 건 아니다. 이미지 변신은 하려 하지만 시나리오의 완성도나 재미, 다른 배우들, 감독 등 여러 가지들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강조한다.
17일 개봉 예정인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전설의 카사노바 성기에게 아내를 유혹해 달라고 부탁한 남자 두현(이선균)의 결별 프로젝트를 담고 있는 영화. 임수정이 입만 열면 융단 폭격 같은 초고속 언어의 ‘향연’으로 남편을 괴롭히는 아내 정인, 이선균이 아내가 무서워 이혼하자는 말도 못 꺼내는 소심한 남편으로 변신했다.
세 명의 캐릭터가 다들 맛깔 난 모습을 보이지만 카사노바를 연기한 류승룡이 유독 눈에 띈다. 진지한 모습인 것 같기도 하면서 우스꽝스러운 행동과 제스처, 말투에서 웃음이 난다. 또 두현과 성기가 호흡을 맞추는 신은 대부분이 웃음을 선사한다.
“둘이 서로 대사를 주고받는 게 탁구로 치자면 랠리 같았어요. 물론 치기 좋게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니라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 치면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잖아요? 그런데 그걸 또 수비를 잘해 받아내는 것 같이 말이죠. 감독은 물론이고 저희도 즐거웠죠. 생각하지도 못한 애드리브가 계속 나와 영화가 풍성해진 것 같아요.”(웃음)
이선균은 “성기와 정인의 행동과 말에 리액션을 하는 게 내 임무였다”며 “우리 영화가 유쾌한 작품이라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끌어야 했다. 성기와 정인과 붙는 신에서 진심을 다해 연기하면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혹자는 류승룡이 돋보여 이 영화가 류승룡을 위한 작품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는 “승룡이 형이 많이 보인다고 형만의 영화는 아니다”라며 “극중 어떤 캐릭터가 돋보일 수는 있다. 그래도 한 사람만의 영화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영화”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류승룡이 연기한 캐릭터에 대해 “위험에 빠진 두현과 정인의 관계를 회복시켜 주려 내려온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와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했다. 두현과 정인을 성장시키고 깨달음을 주고 떠나기 때문이란다.
아무리 ‘폭풍수다’를 떨어도 임수정 같은 아내면 감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기 마련이다. 이선균은 “일단 결혼을 해봐야 한다”고 웃었다. “극중 정인은 조울증으로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아이 갖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고, 심장이 약하기도 하다. 그래서 두현이 상처를 주지 않고 아내를 떠나보내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실 세계에서는 어떤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언론시사회에서 그는 “실제 아내는 극중 정인과 같지 않고 짧고 굵게 말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이선균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피식했다. “그 때는 웃기려고 한 거고요. 저희는 잘 지내요. 부부 싸움이요? 아이들이 둘 있는데 아이들 돌보느라 싸울 시간도 없어요.”(웃음)
앞서 그는 전작인 영화 ‘화차’에서 호흡을 맞춘 김민희를 극찬한 바 있다. 언론과 대중의 평가를 당연하다고 했다. 임수정에게는 어떤 말을 해줄까. “정인도 기존 한국 여배우들 캐릭터 가운데 없는 것 아니었을까? 노력과 용기가 필요한 캐릭터였는데 정말 맛깔나게 표현을 잘 했다”며 “기존에 임수정이 가지고 있는 매력에 플러스 알파를 해줘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였다. 관객들이 좋아할 것 같다”고 칭찬했다.
남자배우들에게도 노출신은 부담이다. 늘 러닝머신 위에서 뛴다는 그는 촬영을 위해 몸을 만들려면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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