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보다 놀란 건 팬들이었다. 매년 팬들과 약속한 듯 만나는 시간인 '봄' 콘서트가 '나가수2'와 시기적으로 한 달이나 겹쳤기 때문. 결과적으로 '나가수2' MC 합류설은 해프닝으로 끝났고, '다섯번째 봄'의 시간은 그렇게 소리없이 다가왔다.
지난 4일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이소라 소극장 공연 '다섯번째 봄'의 문이 활짝 열렸다. 지난해부터 '나가수'와 관련한 뜬소문이 끊임없이 이어진 탓에 혹자는 그에 대해 까칠하고 개성 강한 뮤지션이라며 혀를 내두를지 모르나 공연장에서 만난 이소라는 누구보다 다정(多情)한 가수였다.
2007년부터 매년 봄 소극장에서 팬들과 음악으로 소통한 것도 벌써 5년째. "숫자에 유독 약하다"는 이소라는 "때가 되면 끌려나왔을 뿐인데 벌써 이렇게 됐다"며 쑥스러운 듯 감회를 드러냈다.
커튼같은 긴 장막 뒤에 '다섯번째 봄'을 위해 의기투합 한 뮤지션 이승환(피아노), 이상민(드럼), 노덕래(베이스), 정재원(기타), 이효석(키보드) 등과 함께 이소라가 무대에 올랐다. 숨소리조차 감추기 힘들 정도로 객석과 가까운 거리. 장막 뒤에서 흐르는 'Blue sky'를 통해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
'프로포즈' 안방마님다운 깨알 같은 멘트도, 특유의 울림도 여전했다. 관객들과 소소한 일상의 단상을 나누며 옆집 언니 같은 느낌을 주는가 하면 어느새 코 앞에 다가온 8집 소식을 공개하며 프로페셔널한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화려한 듯 화려하지 않은 조명이 공연의 분위기를 배가시킨 가운데, 무엇보다 '다섯번째 봄'을 통해 이소라는 누구도 흉내낼 수도, 넘볼 수도 없는 그만의 영역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tears' 'Midnight blue' '별' '듄' '쓸쓸' 등의 곡들부터 'Curse' '화' '너의 일' '피해의식'까지. 30대 당시 그녀 인생의 사랑과 이별의 계절에 쓰여지고 부른 곡들로 채워진 선곡 리스트를 통해 그녀는 바람 앞에 선 가녀린 촛불의 이미지부터 거센 폭풍우와 같은 휘몰아침까지 그야말로 변화무쌍한 무대를 선보였다.
이소라는 1990년대~2000년대 초반 히트곡 위주가 아닌, 'track 6' 'track 5' 'track 4' '바람이 분다' '아멘' 'track 9' 'track 11' 등 비교적 최신곡을 통해 요즘 생각과 성찰을 관객들과 나눴다. 마지막 '봄'을 노래하는 이소라에게선 비장한 따뜻함마저 느껴졌다.
이소라를 TV에서 오랫동안 만나고 싶어하는 팬들로서는 그녀의 '나가수' MC 불발 소식이 아쉬울 수 있지만 이미 그녀는 매 주 안방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것도 많은 뮤지션과 함께 하는 '이소라의 두 번째 프로포즈' 안방마님으로서 말이다. 벌써 1년째다.
그녀의 음악에 반한 상태에서 직접 공연장을 찾는다면 이소라가 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불허전'인지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소라의 '다섯번째 봄'은 오는 28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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