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은 1945년 개관한 대한민국 대표 도서관이다. 한국에서 출간되는 모든 도서와 간행물이 모이는 이곳에는 국내 최대 규모인 약 850만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에는 국보와 보물을 포함한 3,500여권의 귀중서와 27만여 권의 고서도 있다. 다양한 장르의 자료만큼이나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들도 가지각색이다. 며느리도 모르는 친정 족보를 찾아주려는 할아버지와 퇴직 후 제2의 삶을 위해 전기기사 공부를 하는 아저씨, 장애인 이용객에게 책을 읽어주는 단골 봉사자, 스튜디오 작업실을 100% 활용하는 늦깎이 아나운서 준비생까지 제각기의 목표와 가치를 위해 발을 들인다.
국립중앙도서관에는 하루 최소 500권에서 800권의 신간 도서가 들어온다. 도서관법에 따라 국내 출판되는 모든 도서가 두 권 이상씩 중앙도서관에 납본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해 수집되는 자료는 비도서를 포함해 40만 여 권에 이른다. 새로 들어온 자료는 사서들의 손을 거쳐 고유 번호가 생기고 장르가 구분지어 진다.
보관하는 서고 또한 웅장하다. 일반인은 전혀 알 수 없는 사서들만의 세계는 바로 도서관 지하에 숨어 있다. 책의 바다라 불리는 지하 서고는 도서관 직원들에게 조차 볼 때 마다 놀라운 곳이다. 기술의 발달로 레일과 전동차를 통해 책을 운반할 수 있게 됐지만 책을 꽂고, 빼는 작업은 여전히 수작업이다. 이 때문에 사서들의 손목은 성할 날이 없다.
이 뿐 아니다. 마치 실험실을 연상케 하는 자료보존센터는 일반인들에게 미지의 공간이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고서나 귀중서가 가득한 이곳에서 직원들은 오랜 세월을 건너온 자료들이 더 이상 부식되지 않도록 보존하고 복원하는 작업을 한다. 책들의 의사선생님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은 “책장 마다 역사가 담긴 것을 알기에 매사가 긴장상태고 매일이 새롭다”고 말한다.
생애 절반을 국립중앙도서관에 몸담은 최병철(55세)씨는 정년퇴직을 눈앞에 둔 요즘들어 책이 더 남다르게 느껴진다. 엄청난 양의 책이 그의 손을 거쳐 갔기에 거대한 서고는 곧 그의 인생 역사이기도 하다.
함께 나이를 먹은 책들이 오래돼 종이가 부서지는 것을 보면 안타까워 직접 풀로 붙이기도 한다는 그는 책의 상처는 물론 온도, 습도까지 가장 잘 알고 있다. “책으로 시작해 책으로 끝나는 하루를 산다”는 최씨는 책이 땅에 떨어지면 ‘아프지 않니’라고 쓰다듬는 책들의 아버지다.
이민경(25세)씨는 한층 고요해지는 도서관의 밤, 주차장을 찾아 성악 연습을 한다. 울림이 좋아 이곳을 찾는다는 이씨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공대생이었다. 도서관서 잠을 쫓기 위해 부르던 노래가 음대교수의 관심을 끌며 제 2의 인생을 살게 됐다는 그는 당시 만난 교수님과 함께 성악을 공부하는 늦깎이 음대생이 됐다. 남들은 늦었다고 말하지만 이 씨는 새로운 꿈을 꾸며 “매일이 즐겁다. 다시 태어난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지난해 임용시험의 실패를 맛본 이성민(26세)씨는 야간도서관서 아픔을 이겨내고 있는 청춘이다. 다음 시험을 준비하기에 앞서 평소 관심없던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그는 가족의 기대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잠시 떨치고 진짜 자신을 마주하게 됐다. 이 씨는 “일기를 보며 잠시의 방황을 반성하고 나를 위로하는 시
모든 길이 열리는 지식의 바다를 찾는 이들은 나를 가꾸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행복하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이들이 오늘도 도서관의 밤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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