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극장에서 ‘코리아’를 보는데 기분이 좋더라고요. 어디 갔다가 우리 집에 온 느낌 있잖아요? ‘역시 한국이 좋아’라고 했죠.”(웃음)
1991년 지바 세계 탁구 선수권대회에서 한 팀이 되는 게 금메달 따기보다 더 불가능했던 사상 최초의 남북 단일 탁구팀의 46일간 비하인드 스토리를 감동적으로 담아낸 영화 ‘코리아’(감독 문현성)에서 북한의 탁구 선수 이분희를 열연했다.
배두나는 ‘코리아’ 촬영 전, 워쇼스키 형제 감독이 연출하는 할리우드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촬영했다. 이보다 앞서서는 일본영화 ‘공기인형’(2009)의 주인공으로 관객을 사로잡기도 했다. ‘린다 린다 린다’(2006)도 주연을 했으니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인정받은 배우다.
그는 “외국은 아무래도 긴장되고 조심을 많이 하게 된다”며 “우리 집에서는 농담 따먹기도 하기 쉽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어렵더라. 또 외국에서는 1분도 늦지 않으려고 했다. 솔직히 우리 집이 더 편하다”고 웃었다.
배두나는 여기 저기 작품에서 자신을 찾는 걸 “실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만큼 연기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운이 좋았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 운이 그냥 찾아온 게 아니다. 그 운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다. 배두나는 돈과 인기, 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30세 때부터 그렇게 생각해도 됐는데 왜 20세 때부터 했을까? 20대에는 대중에게 사랑받는 걸 즐겨볼 걸…’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도 언젠가는 관객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있었죠.”
진심과 열정은 통하는 법이다. ‘공기인형’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고양이를 부탁해’(2001)를 보고 그의 팬이 돼 함께 작업을 했다. 워쇼스키 형제는 ‘고양이를 부탁해’와 ‘공기인형’, ‘괴물’을 보고 그를 발탁했다.
배두나는 무엇이든 결정을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했다. 작품에 출연하겠다고 마음을 먹기까지 신중하고 걱정도 많이 하지만 그 이후에는 절대 아니다.
“왼손으로 쳐보는 것도 제 자신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했어요. 이걸 못하면 제 자신이 싫어질 것 같더라고요. 탁구 대표 선수들과 훈련을 하는데 저보고 다들 체력이 너무 약하다고 걱정을 했는데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연습했죠. 그게 당연하잖아요. 10년, 20년을 연습해서 국가대표가 된 사람들인데 그들을 흉내 내는 거였으니까요. 이분희 선수가 스카이서브, 백핸드가 유명한 선수인데 그걸 잘 못해내면 영화에서는 빠질 수도 있는 부분이에요. 이분희 선수에게 부끄러워지고 싶지 않았어요.”
탁구 실력 면에서는 그나마 조금은 이분희 선수를 따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내면이나 성격에 대해서 알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한 번도 이분희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현정화 한국 마사회 탁구단 감독은 물론 많은 이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있다. 너무 이분희를 잘 소화해서다.
“이분희 선수는 상대에게 한 점을 따내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에 힌트를 얻었어요. ‘내가 이기는 게 당연하지’라고 생각하는 도도한 인물이죠. 또 현장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전 표정에서 인생이 보인다고 생각해요. 이분희는 아이 같은 얼굴에 보이는 강인함도 포인트에요. 눈을 크게 뜨고 소리를 크게 지른다고 카리스마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실존 인물을 처음 연기해 본 그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분희 선수의 눈치를 봤다. “보통 캐릭터를 제 맘대로 해석해요.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죠. 나중에 이분희 선수가 볼 수도 있잖아요.”(웃음)
다만 몸과 마음을 쓰는 직업이다 보니 영화 촬영이 끝나고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 번 캐릭터에 몰입하면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평온하게 나 자신으로 살아온 것보다 한 번 극중 인물이 되었다 오면 너무 힘들어요. 배우는 항상 마음을 쓰는 직업이잖아요. 마음에 갑옷을 입힐 수 없어요. 항상 ‘몰랑몰랑’ 해야 하죠.”(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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