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 JK필름의 길영민 대표는 4일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건 전말을 밝혔다. 날짜와 시간별로 세세한 기록이 돼 있는 입장 표명이었다. 한 쪽의 입장만 들었음에도 20여분 간 진행된 간담회에서 양측이 상처를 입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길 대표는 이날 “영화계에서 가치가 있고, 존경 받는 이 감독님을 모셔서 작업 하다가 이렇게 돼 죄송한 생각도 들고, 책임감도 느낀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본질과 의도가 다르게 전해지고 있다”며 조목조목 따져 나갔다.
그는 먼저 태국 촬영이 소스 촬영이 아니라는 사실 등 현장에서 있었던 일과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길 대표에 따르면, 태국 촬영 등 10회 차 분량의 편집본이 애초 생각과 달라 이 감독과 대화를 하고자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윤제균 감독은 이 감독을 직접 만날 수 없어 ‘내러티브는 없고 이미지만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가 억지스럽고 과장됐다’는 모니터링과 관련한 내용과 ‘귀를 열어주십시오’라고 호소하는 메일을 보냈다.
연출 스타일을 존중해 데려왔는데 이런 메일을 보내왔으니 이 감독이 달가워할 리 없었을 것이다. 길 대표는 “구체적으로 보낸 메일 이 감독님이 내용에 분노를 한 것 같다”고 당시상황을 전했다. 이어 윤 감독은 “타협해야 한다”는 두 번째 메일을 보냈고, 이 감독은 윤 감독을 직접 찾아가 “아는 인권변호사가 있는데 법대로 하자”고 했다.
시간이 흘러 제작사와 이 감독이 합의점을 찾는가 싶었다. 이 감독은 윤 감독을 만나 “코미디는 네가, 액션은 내가 찍겠다”고 했다. 하지만 길 대표는 “진심이 안 느껴지는 제안 같았고, 상식적으로 두 사람이 함께 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가 거절했다”고 전했다.
JK필름은 투자자인 CJ엔터테인먼트 측의 눈치도 봐야 했다. “기업 이미지 등에서 상처를 받는다면 지금 엎는 게 좋다는 판단”이라는 말에 윤 감독은 이 감독을 찾아가 “살려 달라”고 했다. “‘살려 달라’는 ‘하차해 달라’는 완곡한 표현이었다”고 길 대표는 설명했다.
그렇게 갈등의 골은 깊어갔다. 이 같은 사태를 두고 볼 수 없어 이현승, 권칠인 감독 등이 중재자로 나섰으나 틀어진 걸 돌릴 수 없었다. 이번에는 위자료 문제였다.
당초 JK필름은 1억5000만원(잔금 1억원과 각색료 5000만원)을 제안했는데 이 감독은 3억원을 불렀다. 합의가 되지 않아 2억원으로 높여 불렀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유는 “위자료가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는데 관련 기사가 나와서 인 것 같다”고 길 대표는 짐작했다.
와중에 JK필름은 이 감독이 저작권 등록 단체에 ‘미스터K’의 지적재산권을 등록한 사실을 알게 됐다. 길 대표는 “2009년부터 JK필름이 이 영화를 기획하고, 2010년 7월 박수진 작가가 시나리오 초고를 완료했다”며 “저작권을 주장하는 게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그는 “아이디어는 회의를 통해 공유하는 것인데 특정 아이디어가 들어갔다고 저작 권리를 주장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한국저작권협회에 저작권 등록 말소 소송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스터K’는 현재 태국 촬영 등 10회차 분량을 통해 30억원을 소요했다. 하지만 JK필름은 이 부분은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해운대’와 ‘퀵’에 참여한 이승준 감독이 바통을 이어
이래저래 양측이 상처를 받은 상태에서 사건이 쉽게 봉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길 대표는 이 감독을 다시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나중에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만날 생각이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