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전북의 한 모텔에서 7세, 10세 두 아이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들을 살해하고 달아난 사람은 다름 아닌 친엄마였다.
엄마가 자기 손으로 딸들을 살해한 이유는 지령대로 따르면 잘 살 수 있다는 사이비종교, 기계교 때문이었다. 그녀가 이름조차 생소한 기계교에 빠진 것은 아이의 학교에서 학부모 김 모씨를 만나면서부터였다.
아이들이 숨지기 전, 자신의 딸보다 공부를 잘하는 것을 질투한 김 씨는 순진한 엄마를 놀리는 차원에서 “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휴대폰 같은 기계”라며 자신이 만든 기계교를 소개했다. 세상물정 모르고 매사에 의심이 없던 엄마는 너무도 쉽게 기계교를 믿었고, 서서히 ‘머신님’에 빠지기 시작했다.
다음날부터 교주인 머신님(김 씨)의 지령이 떨어졌다. 기계교답게 모든 지령은 문자메세지로만 전달됐다. 김 씨는 엄마에게 “아이들에게 한 달 동안 밥 한 끼, 라면 한 개만 먹여라” “국에 청양고추가루 두 숟갈을 넣고 15분 안에 못 먹으면 종아리 200대를 때려라” 등 비상식적 지령을 내렸다.
이 뿐 아니었다. 김씨는 “일주일 간 씻지 마라” “학교에 가지 마라” “역 앞에서 딸들과 노숙을 해라” 등 점차 엉터리 지령의 수위를 높여갔다. 아이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광경을 본 엄마가 차마 뜻을 따르지 못할 때면 김씨는 귀신 같이 알아내서 벌금을 요구했다. 이 돈으로 김 씨는 각종 가전제품과 명품 가방을 샀고 엄마 몰래 신분증과 도장을 훔쳐 신용카드를 만들고 대출까지 받았다. 엄마는 지령을 따르기 위해 총 1 억 원이 넘는 돈을 대출 받았다.
결국 재산을 탕진한 엄마는 감당하기 힘든 빚과 기계교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 두 딸을 살해하고 자살하기로 결심했다. 엄마는 두 딸을 베개로 짓누르고 욕조에 익사시켜 살해했다. 이 방법 또한 김씨의 말 그대로였다. 두 딸의 시체를 남겨두고 모텔에서 나온 엄마는 인근 바닷가 공중화장실에 들렀다가 현장서 검거됐다.
허위 사실로 엄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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