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가 예쁘지 않다’는 말을 좋아하는 여배우가 누가 있으랴. 하지만 한예리는 “예쁘지 않다는 말은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며 “사람의 마음은 계속 변하게 돼 있다”고 눈을 반짝인다.
“공효진 선배님이 지금은 무척 예쁘시긴 하지만 예전에 예쁘지 않게 나올 때가 있었잖아요? 사람 마음이라는 게 친해지면 속속들이 보고 싶고,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조금 더 대중하고 친해지면 ‘이 친구, 이런 예쁜 모습이 있네?’라고 봐주지 않을까요? 소속사 대표님도 이제 예뻐질 일밖에 없다고 하셔요.”(웃음)
한예리는 ‘코리아’를 통해 상업영화에 도전한다. ‘기린과 아프리카’와 ‘푸른 강은 흘러라’ 등을 통해 독립영화계 스타가 된 그를 좀 더 알릴 수 있는 영화다. 박찬옥 감독의 상업영화 ‘파주’에 출연한 바 있으나 이 역시 예산이 그리 크지 않은 영화였다.
‘코리아’에서 유순복이 너무 연기를 잘 해줬고 그 때문인지 한예리를 향한 관심이 높다고 하자 “평소 못 보던 얼굴이고 평범한 느낌으로 인한 신선함이 가산점을 준 건 아닌가 생각한다”고 겸손해 했다.
혹자는 진짜 북한에서 건너온 배우가 아닌가라고 의심할 정도다. 한예리는 “이 영화를 위해 어느 정도 여성성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됐다”며 “온전히 북한에서 온 탁구선수가 돼야했는데 그렇게 가깝게 보인 건 칭찬 같다”고 만족해했다.
“계속 연습을 하니 마찰력으로 운동화가 발에 밀리더라고요. 발이 짓무르고, 물집도 생기는 건 기본이었죠. 앉았다가 일어나서 공을 쳐내는 연습을 하니 허리와 골반은 틀어졌고요. 또 왼손잡이인데 오른손으로 탁구채를 들어야 해서 어깨가 특히 아프더라고요. 이렇게 아팠을 때는 얼음찜질을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파스를 붙여 화를 키우기도 했죠.”(웃음)
연습기간 동안 2만개 정도의 공을 쳤냐고 하니 “그거 보다 당연히 더 될 것”이라고 즉답한다. 세어 보진 않았겠지만 공이라면 진저리 칠 정도로 엄청나게 쳤던 것 같다.
한예리는 “여배우들 모두 한 번씩은 다 울었다”며 “연습한 게 될 때도 있는데 다음에는 또 안 되는 게 있더라. 속상하기도 하고 연습이 고되기도 해 울었다”고 회상했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딱 생각한 것만큼 힘들었다고 위안한다. 또 중요한 이유는 “처음 영화에 합류했을 때 만날 순 없지만 유순복 선수에게 ‘이 역할을 잘 마무리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혹시라도 나중에 이 영화를 볼지 모르는데 나를 싫어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기억했다.
힘들었을 때 도움이 된 건 어머니와 김응수·배두나 등 선배 연기자들이었다. 어머니는 힘들어하는 딸 때문에 소속사 대표에게 걱정 어린 마음을 전하기도 했을 정도다. 특히 김응수 선배는 순복이의 정신적인 아버지 역할을 해줬다며 좋아했다.
아직 연기를 잘 한다는 말을 들을 때는 부끄러움이 많다. 그는 특히 무용을 해서 그런지 “‘열심히’나 ‘잘 한다’의 기준이 높다”며 “치열해 본적이 있는 사람들은 그 수위를 안다. 나는 열심히 했는데 누군가에겐 아닐 수도 있으니 내 기준에 맞추면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때문에 “최선을 다하는 하지원, 배두나 선배와 연기를 함께 하게 돼 자극도 되고 많이 배웠다”고 즐거워했다. 전문가다운 모습과 스태프, 배우들과의 관계 등이 선배 배우들이 훌륭하고 사랑받는 이유 같단다.
그는 “순복이 탁구를 치며 성장하는 부분이 연기를 하고 난 다음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영화에 출연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며 “지금 받은 평가들을 칭찬으로 잘 받아 두고 다음에 다른 모습으로 보여드리겠다. 순복이를 잊을 수 있을 만큼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코리아’는 1991년 지바 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