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릴리 콜린스)의 아버지인 왕(숀빈)을 매혹시킨 뒤 결혼해 왕비(줄리아 로버츠)가 됐다. 왕비는 왕도 실종된 가운데 왕의 딸은 안중에도 없다. 왕비는 백설공주라는 이름이 “유치하고 가식적인 이름”이라는 독설을 날리기도 한다.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왕비는 하얀 눈 같은 백설공주를 눈엣가시로 생각한다. 18세 생일날까지도 그를 방에 감금하기까지 했다.
왕국을 박차고 나온 백설공주는 민심이 어떤지 살피고 왕비 탓에 황폐해진 나라를 돌려놓으려고 노력한다. 일곱 난장이는 백설공주를 도와 고군분투한다.
‘백설공주’는 잘 알려진 그림형제의 원작 동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계모로부터 도망쳐 일곱 난쟁이와 살게 된 백설공주가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잠에 빠졌으나 백마 탄 왕자의 키스로 눈을 뜨고 서로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는 구성과 소재를 조금 바꾸었다.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원작을 단조롭지 않게 꾸미려 노력했다. 백설공주는 스스로 결말을 바꾸고자 하는 능동적인 여성으로 그렸고, 왕비는 희화된 캐릭터로 나와 재미를 준다. 백설공주와 왕비가 동시에 사랑에 빠지는 이웃 나라 왕자(아미 해머)의 ‘허당’ 이미지도 웃음을 전한다.
영화는 백설공주의 성장담이 주를 이룬다. 여러 가지 위기 상황을 이겨내고 일어나는 백설공주의 모험이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릴리 콜린스는 신비로운 매력을 지닌 백설공주가 돼 매혹적인 눈빛과 웃음을 날린다. 일곱 난쟁이에게 혹독하게 배운 검술과 날렵한 몸놀림도 예사가 아니다. 그는 연약하지 않은 존재다.
또 주목할 인물은 악역을 맡은 줄리아 로버츠다. 아직도 (20년이 더 넘긴 했지만) 영화 ‘귀여운 여인’의 비비안 같은 그는 여전히 큰 입으로 매력적인 함박웃음을 날린다. 그런데 이번에는 약간 밉다. 그의 팬이라고 하더라도 허영과 사치가 몸에 배인 여왕의 모습은 밉상으로 다가올 만하다. 그래도 표독스런 이미지가 아닌, 푼수 이미지라 재미와 함께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다행스럽다. 특히 전갈의 독침과 벌의 침, 새똥 등을 이용해 전신 마사지를 받는 모습을 통해 왕비의 허영심을 보여주는 장면은 압권이다.
‘백설공주’하면 말하는 거울과 독사과도 빠질 수 없다. 왕비가 거울과 마주하는 장면과 왕비가 독사과를 건네는 장면 등을 비롯해 타셈 싱 감독의 장기는 영화 전반에 흐른다. ‘더 셀’과 ‘더 폴’을 통해 독특한 스타일과 독창적인 비주얼을 구사한 감독은 이번에도 여전했다.
아쉬운 건 이렇게 예쁘고 능력 있는 백설공주가 어쩌다가 처음 본 허당 왕자에게 빠졌나하는 점이다. 습격으로 윗옷이 벗겨진 상태로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있고, 또 눈물 한바가지를 흘리는 등 지질한 모습을 참 많이도 보여줬는데 말이다. 사랑의 힘이라고 애써 용인해 본다.
우리나라에서 신구 미모 대결을 펼쳐야 한다면 누가 좋을까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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