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고은(21). 진짜 영화 속 한은교가 튀어나온 줄 알았다. 그 이미지 그대로다. 극과 현실에서 다른 게 있다면 고등학생이 아닌, 대학생이라는 점 정도가 다르다고 할까.
영화 ‘은교’는 노출신과 정사신의 수위가 높다.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관객의 눈길을 사로 잡을 수밖에 없다. “처음 편집본을 보고 많은 상처를 받았어요. 객관적으로 보면 작품에 맞는 연기였고, 그게 옳다는 걸 알겠는데 제 모습이니깐 조금은 상처가 되더라고요. 실리적으로 불안하고 두려웠고 내가 이 영화를 시작한 이유가 되는 중심까지 흔들렸을 정도에요. 기술 시사회 보고는 조금 편해졌지만요.”
그는 “노출 신이 다가오면 심리적으로 정말 항상 불안했다”고 회상했다. “너무 무서웠어요. ‘이게 무슨 감정이지?’라고 생각했죠. ‘이러지 말자’며 마음을 다잡았고 다른 사람에게 표출도 안하고 내버려뒀어요. 하지만 집에 와서는 한참을 울기도 했고, 잠도 못 잘 때도 있었죠. 그런데 신기하게 연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3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김고은. 정지우 감독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이에 앞서 정 감독은 그에게 생각할 시간을 줬다. “감독님이 ‘나는 이 작품에 자신이 있다. 네가 나와 함께 가면 끝까지 너의 편이 되겠다’고 했다”며 “4일 동안 고심 끝에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고 털어놓았다.
“영화 시작하기 전에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가자는 말을 들었어요. 감독님이 ‘잘 되면 빛을 발할 수 있지만 안 됐을 경우 너한테 좋지 못한 타격이 올 게 뻔하다. 그럼에도 하겠다면 꼭 같이 가자’고 했어요. 솔직히 겁이 나는 말이었죠. 전 좋은 배우가 되고 싶고, 오래 연기하고 싶은 게 꿈이거든요. 그런데 그 꿈이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되니 겁이 났어요.”
하지만 배우한테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작품에 욕심도 났고, 확신도 있었다. 결국 그는 은교를 성공적으로 표현했다.
그를 사로잡은 건 정지우 감독의 매력도 작용했다. “감독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난 게 처음이었어요. ‘감독님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어떤 카리스마가 있을까. 어떤 얘기를 해줄까’라고 궁금했는데 첫 만남에서 팔을 긁적대면서 ‘앉아요’라고 말씀하시는데 마음이 편했어요. 이후에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죠.”(웃음)
“여주인공을 맡은 여배우는 마음고생을 많이 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표현하기 힘들 것 같으니까요. 그런데 그 인물이 제게 왔어요. 저는 소화할 만한 연기 스펙트럼도 없고 못할 것 같았어요. 노출도 부담이 됐고요. 또 은교와 비슷하지도 않았거든요. 하지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외로움과 상처는 누구나 겪었잖아요. 그런 감정들이 있으니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고은은 어렸을 때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유 하나로 인터넷을 찾아 계원예고에 입학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도 들어가 연기를 배웠다.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힐 것 같은데 아니란다. “아빠 엄마는 자식들이 생각해서 고민한 것을 많이 인정해주세요.”
파격 노출을 보고 난 뒤, 그의 열정과 노력을 인정 해줬다. “아빠는 영화를 끝나고 저를 보자마자 안아주시며 ‘너무 고생했고, 훌륭하다’고 하셨어요. 엄마는 말씀을 못하시긴 했지만 표정이 밝으셨어요. 그래서 안심할 수 있었죠.”(웃음)
“제2의 전도연이라는 이야기는 성급한 것 같아요. 전도연 선배는 훌륭하고 좋은 배우잖아요. 그 이름만으로 끄덕이게 할 수 있는 것은 그 과정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 작품, 한 작품 신뢰를 보여준 거죠. 제가 바라는 건 그런 과정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이 아이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라고 은교를 봐주시면 좋겠어요.”
특히 “‘이 배우는 완벽해’가 아니라 ‘이런 면이 있으니까 다른 면도 있겠지’라며 다음 작품이 기대되면 좋겠다”며 “제가 나온다는 이유로 다음 작품이 궁금하고 보고 싶어진다면 좋겠
‘은교’는 70대 시인 이적요(박해일)와 이적요의 제자 서지우(김무열), 17세 소녀 은교(김고은)가 서로 갖지 못한 것을 탐하는 질투와 욕망을 그렸다. 박범신 작가의 소설이 원작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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