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당당히 JIFF만의 특색이자 자랑으로 자리매김한 ‘디지털 삼인삼색’과 관련한 문제 때문이다. ‘디지털 삼인삼색’은 영화제 상영과 국내외 배급을 목적으로 기획된 디지털 영화 제작 프로젝트. 영화제는 해마다 3명의 감독을 선정, 제작비를 지원해준다. 세계 영화제에 출품돼 인정을 받은 작품도 꽤 된다.
올해 선정작은 라야 마틴 감독의 ‘그레이트 시네마 파티’와 비묵티 자야순다라 감독의 ‘마지막 순간의 빛’, 잉 량 감독의 ‘아직 할 말이 남았지만’이다. 이 작품 가운데 ‘아직 할 말이 남았지만’이 중국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이 영화는 2008년 20대 후반의 양지아(楊佳)라는 청년이 경찰 6명을 살해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피고인인 아들을 만나려는 어머니와 이를 막는 정부를 통해 절차를 무시한 중국의 사법처리를 꼬집는다.
당시 중국 사법부는 이 피고인에게 소명의 기회조차 제대로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고인의 어머니가 법정 증언을 하지 못하게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도 했다. 양지아는 4개월 만에 사형 집행을 받았는데, 사형 이틀 전에야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전말이 밝혀지자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동정여론이 형성돼 ‘인민영웅’이 됐고, 일부에서는 사법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운동이 일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현재도 이 사건이 공식적으로 언급되는 것을 통제하고 있다. 중국 공안은 잉 량 감독은 물론 가족까지 조사하는 등 제재를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를 다룬 영화가 한국에서 상영되는 것을 달갑지 않아 하고 있다.
민병록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중국은 영화제 개막 전, 이 영화를 상영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해왔다. 하지만 영화제 측은 “설령 중국이 영화의 판권을 100억원을 주고 사겠다고 해도 상영하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재판 과정 없이 사형되는 죄수를 보는 어머니의 애잔함을 그렸는데 중국에서 상영을 못하도록 했다”며 “큰 나라인 중국에서 왜 상영을 못하게 했을까를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라고 말했다.
‘디지털삼인삼색’은 28일 오후 상영된다. 현재 티켓은 마감된 상태지만, 현장 판매 여분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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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전주(전북)=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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