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폐인으로 활동할 때도 나름 행복했어요. 크던 작던 공연장에서 팬들과 만나고 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분명 미흡한 수준이라는 것도 깨달았고 어느 정도 이상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자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죠."
현실에 대한 인식은 뮤지션들에게 독 같은 말이다. 결국 멤버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고 폐폐인의 정규 3집은 류키 혼자 완성했다.
"팀을 나간 친구들을 원망한 적은 없어요. 솔직히 말하면 나간 친구들 보다 내가 더 잘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게 사실이고요. 분명 그 친구들도 저를 부러워하고 있을 것 같네요."(웃음)
하지만 팀 활동을 하다가 혼자 작업을 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혼자 작업한다는 건 긴장하게 만들거나 풀어줄 사람이 없다는 뜻이었고 무엇보다도 균형을 맞춰줄 사람이 없음을 의미했다.
"한동안 매너리즘에 빠졌던 게 사실이에요. 다소 기계적으로 곡 작업을 하던 중 기타를 치는 테라를 만나게 됐죠. 오래만에 다른 뮤지션과 함께 작업하는 경험이 제게는 큰 자극이 됐던 것 같네요. 저녁에 만나 곡 작업을 시작했는데 문득 밖을 보니 아침이 오고 있는, 말 그대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곡 작업이 진행됐죠."
신곡 '착각하지마'는 기존 류키의 음악과 달리 보다 시원시원한 그루브가 인상적이다. 기본적으로 밴드 사운드지만 댄서블한 느낌이 강조된 곡이다.
"사랑에 대한 불신과 상처를 담담하게 얘기하는 차가운 도시 남자에 대한 이야기죠. 제가 썼지만 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네요.(웃음) 어느 정도는 나만 느끼는 내 이야기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야한다고 생각을 했어요."
실제로 대중과의 접점을 찾으려 부단히 노력한 셈이다. 단순히 곡 작업 뿐 아니라 20일 방송되는 KBS '뮤직뱅크'를 시작으로 아이돌 가수들이 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에도 모습을 비출 예정이다.
"우리나라 아이돌 음악은 세계최고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노력하는 것도 보이고요. 제가 그만큼 노력 했는지 반성을 많이 했죠. 직접 그들이 하는 걸 보고 배울 수 있는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10년만에 대중들과 접점을 찾기위해 노력중이랄까요. "
10년을 넘게 한우물을 파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그와 함께 처음 음악을 시작했던 동료들이 이제 그의 주변에 아무도 남아있지 않음은 음악만 하고 사는 것의 괴로움을 고스란히 말해주는 증거기도 하다.
"누구나 '나는 록스타야' 라는 마음으로 음악을 시작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음악을 계속하는데에는 그런 마음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걸 알았죠. 어쩌면 그런 마음이 음악을 계속하지 못하게 막는 것 같기도하고요. 실제로 우리는 록스타가 아니니까요.(웃음) 이제는 그냥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90세가 돼도 여전히 여기서 이렇게 음악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행복하다는 생각 뿐이에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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