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말이 있다.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노련하고 당당한, 배우 강태경을 두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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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랑비’ 촬영을 무사히 마친 그를 만났다. 첫 느낌에서 그야말로 모델 포스가 느껴지더니 이번 작품을 통해 그가 맡은 역할 역시 장근석과 오묘한 관계를 형성했던 톱모델 역할이었다.
“감독님께서 도도하고 섹시하면서도 귀여운 백치미가 있는 캐릭터를 원하셨어요. 주문대로 하다 보니, 섹시함 보다는 개구쟁이 같은 순수한 백치미 캐릭터가 돼버렸어요. 평소 거짓말을 잘 못하고 직설적인 성격인데, 다소 푼수 같은 면이 있어 이번 캐릭터를 편안하게 촬영했던 것 같아요.”
그는 ‘사랑비’에서 야쿠자 애인을 둔 톱모델로 출연했다. 완벽한 외모와 달리 어딘가 부족한 백치미를 지닌 사랑스러운 캐릭터. 3초 만에 여자를 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근석과 호텔 침실까지 함께 가지만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해프닝으로 끝나고 만다. 강태경은 직설적인 화법과 애교 섞인 표정, 어딘 지 모자라 보이는 팔색조 매력을 제법 잘 표현해냈다.
실제로도 가식 없이 할 말은 하고, 똑 부러진 성격을 지닌 이 당돌한 신인은 장근석과의 호흡을 묻는 질문에 당당히 “기 싸움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솔직히 현장에서 윤아씨나 장근석씨 등 또래 친구들이 많아 모두 친하게 지내고 싶었어요. 윤아씨는 먼저 제게 말도 걸어주고 참 세심한 배려가 돋보여 감동을 받았죠. 장근석씨는…”라며 말끝을 흐리더니 이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강태경은 “사실 장근석씨는 제가 쉽게 가까이 하고 장난을 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잖아요. 워낙 인기 있는 톱 배우시니까…여자 선배였다면, 먼저 가서 애교도 부리고 말도 걸고 했겠지만 남자 배우다 보니 괜히 아양을 떤다는 느낌을 줄까봐 먼저 다가가지 못했어요”라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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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에게 강하고 약자한테 약한 편이에요. 워낙 휴식을 취할 때도 따로 있었고, 다가가는데 부담이 있었어요. 근석씨도 무관심하게 대하셔서 저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지냈어요. 상대가 톱스타라고 제가 잘 보이려고 억지로 애쓰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워낙 밝고 장난이 많으셔서 금방 그 신경전은 끝이 났죠.”
드라마 촬영을 기다리며 대기실에서 두 사람이 함께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그전까지는 서로 제대로 말도 못하고 약간의 어색함이 존재했지만 곧 장근석의 엉뚱함이 신인 여배우의 마음을 녹였다.
“갑자기 ‘심심하죠?’라고 묻던 근석씨가 게임을 제안했어요. 벌칙은 생수 들이키기. ‘369 게임’도 하고…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가 싶더니 그와의 게임 덕분에 긴장도 풀리고 지루하지도 않았어요. 제가 연기가 처음이다 보니 많이 리드해주려고 하신 것 같아요. 촬영 당시, 옷에 먼지가 붙으면 떼어 주고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어요. 더 친해지지 못해 아쉽네요.”
첫 데뷔작이라 그런 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 모양이었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그는 “많은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아요. 연기에 대한 것도 그렇고 사람들과도 더 많이 못 친해졌고…예전부터 연예인을 꿈 꿔 온 것은 아니기에 열정? 같은 게 부족했는데 이젠 그 어느 때보다 연기에 대한 갈망이 커졌어요. 뭐든 가리지 않고 열심히 배우고, 노력해서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제 막 ‘배우’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기자 kiki2022@mk.co.kr/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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