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세금 탈루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 ‘국민MC’ 강호동이 연예계 잠정 은퇴를 선언한 가운데 ‘독설가’ 김구라가 막말 논란에 휩싸이며 출연 중인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김구라의 하차와 동시에 총 8개의 프로그램 제작진들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형국이다.
김구라 만큼 노련하면서도 강한 개성을 지닌 진행자를 하루아침에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이었던 것. 그가 출연 중인 일부 프로그램은 폐지설에 휩싸이며 존폐의 위기를 맞아야 했다.
KBS ‘불후의 명곡2’의 경우, 김구라를 대신해 ‘밉상 전문’ 전현무 아나운서가 대체 투입돼 무사히 녹화를 마쳤지만 MBC ‘세상을 바꾸는 퀴즈’는 대타 없이 이휘재-박미선 등 투톱MC로 녹화를 진행해야 한다. 폐지설에 휩싸였던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스)와 케이블채널 tvN ‘화성인 바이러스’(이하 화성인)은 아직까지 김구라 대타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형국은 흡사 강호동의 은퇴 선언 후 불어 닥친 방송가의 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강호동의 돌연 잠정 은퇴로 ‘1박2일’을 비롯해 ‘무릎팍도사’는 폐지 위기를 맞았고 ‘스타킹’, ‘강심장’ 역시 새로운 MC 투입을 두고 장시간 잡음을 견뎌내야 했다. 노련한 진행력과 동시에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지닌 베테랑 MC일수록 그 공백을 채우기가 굉장히 힘들기 때문이다.
김구라 역시 강호동, 유재석 만큼의 파워는 아니지만 이들과 차별화되는 강한 색깔을 지닌 진행자 중 하나다. 게스트들에게 적당한 수위의 독설을 날리며 ‘앙숙’ 관계를 자연스럽게 형성하고, 독한 토크를 통해 시청자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소시켜줬다.
때때로 그의 과거 이미지와 발언들이 도마에 올라 ‘비호감’의 아이콘이 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노련미는 빛을 발휘했다. 날카로우면서도 지적인, 독하면서도 위트 있는 진행 솜씨로 그는 지상파 메인 MC로 당당히 입지를 굳건히 했다.
이처럼 베테랑 MC들의 돌연 하차로 매번 방송가는 고민에 빠지게 되는 가운데 차기 베테랑 MC층이 두텁지 않아 우려를 사고 있다. 다양한 개성, 가능성을 지닌 신흥 MC군단의 등장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대목이다
한편 김구라가 지난 2002년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윤락여성과 위안부여성을 두고 부적절하게 표현했던 음성파일이 최근 공개돼 물의를 빚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그는 자숙의 뜻을 밝히며 방송 활동 잠정 중단을 공식화 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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