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MBC는 지상파 방송 3사에서 나름의 경쟁력으로 승부, 동시간대 시청률 전쟁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둬왔다. 특히 장수 프로그램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파업 3개월째인 현재 MBC 웃음 제조기가 멈춰섰다. 대표 예능 '무한도전'은 12주째 결방이 확실시되고 있으며 폐지설에 휩싸였던 '우리 결혼했어요' 역시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으로 대체됐다.
그나마 고군분투를 이어왔던 '놀러와'는 끝 모를 하락세 속에 지난 16일 방송분에서 5%대의 처참한 성적표를 받으며 동시간대 꼴찌를 차지했다.
사실상 대체 코너로 채워지고 있는 '우리들의 일밤' 역시 일요 예능 사상 최악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1부 '꿈엔들'이 1.5%, 2부 '남심여심'이 2.2%를 각가 기록하며 사실상 바닥을 쳤다. 올라갈 일만 남았나 싶지만 그러기에도 요원하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파업으로 제작진이 대거 빠져 대체 인력으로 제작되고 있지만 재미나 완성도 면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이며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각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는 출연진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기존 MBC 예능이 다져온 아성을 떠올려보면 시청자들이 이렇다 할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시청률이 떨어지면 새로운 아이디어로 묘안을 짜내 프로그램을 살려보기라도 해야 할텐데 파업 중인 현재 상황을 고려해보면 그 역시 요원하다. 차장급 PD들도 제작에서 손을 뗀 상황에서 본 방송이 나가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파업 장기화 분위기 속에 17일 '무한도전' 폐지설까지 보도되면서 MBC 예능국의 흉흉한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이날 MBC 노조 파업 특보에는 "최근 회사 안팎에는 '무한도전'의 폐지가 임원회의에서 거론됐다는 설까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예능 부문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를 흔들어 보려는 사측의 저급한 '뜬소문 퍼뜨리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지 의심스럽다"는 내용이 담겨 네티즌을 술렁이게 했다.
파업과 별개로 MBC는 간판 예능에서 활약하던 김구라의 잠정 은퇴 선언이라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김구라는 2002년 한 인터넷 방송에서 했던 '정신대 창녀 발언'이 논란이 되자 고심 끝에 자숙하기로 결정, 현재 진행 중인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그간 김구라는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와 '세바퀴'에서 활약해왔으나 하차해왔다. '세바퀴'는 김구라의 빈 자리를 채우지 않고 2인 MC 체제로 프로그램을 끌어가기로 결정했으나 김구라의 존재 자체가 상징적인 만큼 '라디오스타'는 물론, MBC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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