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녀석들”
버스커버스커의 인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아직 밴드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의 아마추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버스커버스커는 자신들이 밝혔듯 ‘슈퍼스타K3’를 위해 급조된 팀이고 멤버 개개인의 연주력도 아마추어 수준이다. 온전한 밴드 형태를 갖추지 못한 것은 이들이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 멤버 장범준이 대부분의 곡을 작곡했지만 밴드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포지션별 편곡은 소화할 역량이 되지 않는다. 드러머가 드럼라인을 만들지 않고 베이시스트가 베이스라인을 만들지 않는다면 이들의 밴드로서 정체성은 다소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은 이들의 아마추어리즘 자체다. 홍대에서 거리공연을 하는 밴드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 자체에 대중들이 열광하는 것. 특히 이들이 '슈퍼스타K3'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평소처럼 보이는 성격과 행동들이 익숙한 상태다. 곧 대중들의 눈높이 수준에 있는 뮤지션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 '슈스케3'를 통해 처음 태어나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성장하는 이들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팬들에게는 유쾌한 일이다.
“건방진 녀석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버스커버스커가 지상파를 보이콧 했다는 소식은 세간에 적잖은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 돌발 선언이 설득력을 가졌던 것은 이들의 돌발행동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버스커버스커는 '슈퍼스타K3'가 끝난 직후 주최측이 주선한 매체 인터뷰에 돌연 불참했다. 또 CJ E&M이 추죄하는 연중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인 MAMA에도 불참했다. ‘슈퍼스타K3’ 콘서트 까지 불참의사를 밝혔으나 결국 드러머 브레드를 제외하고 2명이 무대에 올랐다. 이후 담백하게 “‘슈스케 콘서트’ 불참은 단지 드럼 브래든이 미국에 갔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실제로 일련의 행동들 모두를 납득시킬 만큼 충분한 설명은 되지 않는다.
실제로 장범준 특유의 순진한 표정을 하고 ‘하기 싫은걸 억지로 해야 하느냐’ ‘능력 밖에 것을 꼭 해야 하느냐’ 라고 반항(?)하는 태도는 버스커버스커에게 짙게 깔려 있는 정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해 내는 소위 ‘말 잘 듣는 아이돌’과는 전혀 다르다.
버스커버스커의 반란 언제까지?
하지만 버스커버스커가 지금의 매력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이들이 CJ E&M이라는 엔터테인먼트 공룡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인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퀄리티가 일정 수준 이상의 데뷔 앨범을 완성한 것도 CJ E&M 음반사업부의 전폭적인 지지에서 가능했다. 4명의 작곡가가 앨범 작업을 도왔고 지원된 프로듀서와 세션도 상당한 수준이다. 기본적으로 ‘좋은 음악’이 이들의 인기를 지지하고 있다면 이 ‘좋은음악’을 만든 것이 온전히 이들의 역량이라고 보기 어렵다.
공연역시 마찬가지. 5월 4~6일 첫 공연지인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을 비롯해 12일 전주 전북대, 19일 울산 KBS홀, 6월2일 대구 엑스코 오디토리움으로 이어지는 ‘청춘버스’ 공연은 CJ E&M의 공연 사업부의 힘으로 추진됐다. 이들의 행보가 매체 등을 통해 알려지는 것도 CJ E&M 음반 홍보의 공이 크다. 인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각종 논란을 정리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버스커버스커가 향후 어떤 행보를 펼칠지는 아직 명확치 않다. 하지만 이들이 현 가요계에서 보여주고 있는 ‘반란’이 지속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이들 자신의 각오도 지금과는 달라야 할 것임이 분명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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