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의심했다. 천하의 하지원이 포기할 뻔 했다고? 하지원의 불참에 그냥 던지는 홍보 멘트이겠거니 했다. ‘여전사’, ‘액션의 여왕’, ‘끈기와 오기’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 하지원이 ‘하차’를 생각했다니…. 어떤 말이 이어질지 귀를 쫑긋 세웠다. 김 감독은 “제작발표회가 끝나고 술자리에서 지원이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이 영화 못하겠다고 전화하려 한 적이 3~4번 있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7광구’를 함께 할 때도 못 들어본 말이라 김 감독은 놀랐다.
16일 ‘코리아’의 언론시사회 직후 기자간담회. 하지원은 “영화를 못 찍겠다고 할 정도였다. 탁구를 좋아하지 않았다”라고 털어놓았다. 도전의식이 강한 그였지만 공과는 친해지기 쉽지 않았다. 그에게 붙은 별명들 탓에 심리적 압박감도 컸다. 6개월 만에 국가대표가 돼야 했던 게 힘들었음이 온전히 전해졌다.
하지원은 이날 언론시사회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7광구’ 기자간담회에서 힘들었다고 털어놓으며 눈물을 왈칵 쏟은 것과는 달랐다. 그렇다고 ‘코리아’ 출연 포기를 운운한 게 ‘쇼잉(보여주기)’이었던 건 아니다. 하지원은 운동에 젬병만이 아는 패배감과 굴욕감을 느낀 것 같다. 하지만 그는 모든 작품에서 진심으로 연기했고 최선을 다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코리아’는 관객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다른 것을 떠나 배우들이 땀 흘린 현장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하지원은 또 한 번 믿을 만했고, 문 감독은 노련했다. 몇 번이고 울리고 말겠다는 감독의 의도에 관객들이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 것이라는데 한 표 지지한다.
이날 하지원을 울컥하게 한 건 다른 내용을 이야기 하면서였다. “엔딩 부분에서 남쪽의 현정화(하지원)가 이분희(배두나)에게 ‘편지 할게도 안 되고 전화 할게도 안 되고 난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느냐’는 대사가 있는데, 현실에서도 편지도 안 되고 전화도 안 되는 곳은 그 곳(북한) 밖에 없지 않나. 그 상황이 너무 가슴 아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눈시울도 불거졌다. 하지원이 이 영화를 선택한 진심이다. 실제 영화 속 인물인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은 이 장면을 보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연신 닦아내기도
한편 ‘코리아’는 1991년 지바 세계 탁구 선수권대회에서 한 팀이 되는 게 금메달 따기보다 더 불가능했던 사상 최초의 남북 단일 탁구팀의 46일간 비하인드 스토리를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5월3일 개봉 예정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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