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수미 기자] 아서 코난 도일의 죽음 이후 수많은 매혹적인 죽음들이 태어났다. 저작권의 부재로 인해 수많은 셜록홈즈들이 명탐정의 지위를 공고히 하며 소설, 드라마, 영화, 음악으로 범람했다. 그야말로 셜록 열풍의 시대에 창작 뮤지컬 ‘셜록홈즈:앤더슨가의 비밀’은 특별한 데가 있다.
무대 위 장막으로 암호들이 쏟아지고, 신경질적인 음성이 그 암호들을 하나 둘 해석해 나간다. 기이한 열기를 띤 목소리에 의해 암호들은 선명한 단서로 귀결되고 셜록 홈즈는 조수 왓슨에게 단호하게 외친다. “저 자는 범인이 아니야!” 그리고, 이 뮤지컬도 정통 추리극이 아니야!
크리스마스이브 밤 런던 최고 재벌 앤더슨가 저택에서 두발의 총성이 울린다. 다음 날, 앤더슨가 후계자의 약혼녀 루시가 실종된다. 후계자 아담과 쌍둥이 동생 에릭, 그들의 숙부 포비는 각각 루시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해오고 홈즈는 미궁으로 뛰어든다.
뮤지컬 셜록홈즈:앤더슨가의 비밀은 ‘완벽한 범죄’라는 추리극의 오랜 갈망을 충족하지 않는다. 대신 음악과 배우, 무대가 공존하는 뮤지컬의 장점을 자유롭게 살린다. 화자와의 두뇌싸움을 원하는 똑똑한 청자들을 향해 정밀한 트릭과 완벽한 서사를 던지는 게 아니라 유쾌한 캐릭터, 적절한 긴장, 비장한 드라마, 아름다운 로맨스를 제시한다. 극은 비범하되 인간적으로 결함이 있는 홈즈가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을 부각시키기보다 끊임없는 웃음코드와 노래를 수단으로 인물을 생동감 있게 살려 서사에 살을 입힌다.
의문의 죽음, 완벽한 밀실, 조금씩 드러나는 갈등과 비밀속의 파국 혹은 비극... 이같은 요소들로 범인을 추리해가며 흥건해져야 할 땀이 셜록홈즈:앤더슨가의 비밀에서는 기대보다 적다. 일찍 추측 가능한 범인은 치밀한 게임을 원하는 관객들에게 형벌일 수 있다. 플롯을 온전히 빚어내기에 허술한 무대 장치도 아쉽다.
허나 지난해 한국뮤지컬대상 최우수작품상, 극본상, 작곡상을 거머쥔 극은 끝내 흥미를 놓치지 않는다.
가장 매혹적인 캐릭터 홈즈의 개성은 출중하고, 테이 배다해의 뮤지컬 연기도 기대 이상이다. 김도현, 송용진, 김은정, 테이, 조강현, 배다해가 커튼콜을 할 무렵, 9월 공연 예정인 시즌2 ‘잭 더 리퍼의 비밀’ 예매를 계산하고 있을지 모른다. 5월 13일까지. 서울 숙명아트센터 씨어터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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