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을 찾지 않는 한, 방송에선 좀처럼 보고 듣기 힘든 밴드 음악의 향연으로 펼쳐진 '탑밴드'는 밴드 음악 마니아뿐 아니라 다수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의미있는 오디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는 5월 시즌2로 돌아오는 '탑밴드'는 전 시즌과 달리 프로 뮤지션들의 출전 제한 요건을 없앴다. 이에 따라 팀명을 거론하기가 무색할 정도의 거물급 밴드들이 대거 합류했다.
많은 뮤지션들의 합류 소식 가운데서도 최강 연주력으로 정평나 있는 데이브레이크의 출전 소식에 인디씬이 들썩였다. 2009년 헬로루키 선정 이후 단 2년 만에 홍대씬의 간판 밴드로 거듭난 그들이기 때문. 팬덤도 어마어마하다.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데이브레이크는 '탑밴드2' 관련 질문에 "사실은 출전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우연히 시즌1 생방송을 보며 재미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시즌1이 신인 발굴 오디션의 느낌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출전한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해봤어요. 그런데 시즌2의 포멧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들려오면서 매니저로부터 제안을 받게 됐죠."(김선일)
단순한 방송 출연이 아닌, 서바이벌 경연 '출전'이었기에. 제의를 받고도 데이브레이크는 고민을 거듭했다. "왜 나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많은 밴드들이 함께 하면서 대중에게 좋은 음악이 많다는 걸 알릴 수 있다면 출연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참가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한다.
'탑밴드2'로 유명세를 얻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데이브레이크의 음악을 알리고 싶은 마음은 여느 팀 못지 않다. 이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음악을 더 알리고, 불특정 다수 대중에게 데이브레이크라는 이름을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탑밴드2'가 '경연 아닌 축제'라는 슬로건을 내걸긴 했지만 서바이벌 포멧상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데이브레이크는 "말려들면 안되겠다는 생각"이라며 싱긋 웃었다.
"음악을 하면 할수록 점점 드는 생각은, 음악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라는 이원석은 "음악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애초에 탑밴드에 나가는 목적 자체가 '우리가 더 낫다'가 아니라, 데이브레이크는 이런 음악을 하는 팀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기 때문에 경연에 대해선 초연해지려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공연을 비롯해 열심히 음악을 해왔지만 여전히 우리리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모른다는 건, 데이브레이크의 음악을 좋아할 지 안 좋아할 지 판단할 수조차 없는 상태라는 점에서 아쉽죠. 그런 의미에서 '탑밴드'는 우리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만약 안 좋은 반응이 나온다면 앞으로 더 열심히 음악을 해야겠다는 자극이 될 수도 있겠죠."(이원석)
하지만 우승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 기왕 하는 것 "1등 하고 싶다"는 속내도 꾸밈없이 드러낸 이들이 꼽은 최고의 라이벌은 데이브레이크 그 자신이다.
"음악에서 승부욕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방송 무대라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 해야죠 하하."(정유종)
밴드 음악 장르의 다양성에 한 축을 맡고 있는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자부심도 엿보였다.
"밴드음악 하면 기본적으로 시끄러운 음악이라고 오해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우리 음악 같은 음악을 하는 밴드도 괜찮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어요."(김장원)
"우거진 숲 속에 다들 선인장처럼 날이 서 있는 곳에 뭔가 예쁜 꽃이 있으면 그게 더 튀어 보이잖아요. 우리도 그렇게 비춰지고 싶습니다."(김선일)
이들은 "'탑밴드' 1차 예선에 출전한 팀 모두 너무 멋있는 팀들이다. 자기 음악을 들려주고자 하는 욕심 그리고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용기 그 자체만으로도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혹시나 프로그램 출연에 돌을 던진다거나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다면, 그 이면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데이브레이크가 생각하는 탑밴드는 무엇일까.
"탑밴드요? 제일 잘 즐기는 밴드죠. 무대에서 어떤 여과도 없이, 자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팀. 그렇게 음악을 하는 팀이 진정한 탑밴드가 아닐까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해피로봇 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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