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시작부터 지수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제작진과 인사를 나눴다. 심심했던 차에 집을 방문한 손님에 신나 반가워 하는 여느 아이들과는 척 보기에도 다른 태도였다. 아이는 잠시도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쉴 새 없이 뛰어다니기에만 바빴다.
지수는 하루 종일 책장, 화장대, 피아노, 싱크대 등 높은 곳을 보면 무조건 기어 올라가 점프를 해댄다. 말리면 말릴수록 위험한 행동은 계속된다. 가벼운 놀이에서도 그렇다. 지수는 동생과의 가위 바위 보 게임에서 지거나 블록이 무너지는 사소한 일에도 세상이 무너진 듯 통곡한다. 행여 엄마가 혼내려고 할 때면 공격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이 아이는 훈육하면 할수록 반항만 늘어갔다. 엄마아빠는 지수를 그저 ‘말썽꾸러기’ 아이로만 생각해 왔다. 그러나 점점 이상해지는 행동에 결국 상담을 결정했다. 전문가 진단 결과, 지수는 ‘ADHD(과잉행동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것도 도전적 반항장애를 동반한 증상이었다.
지수를 지켜봐 온 전문가는 “아이의 공격성향은 사실은 자신을 방어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사실 지수는 엄마를 많이 좋아한다. 좋아하는 엄마가 자신을 위협하자 그에 대한 속상한 마음을 폭력으로 표출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아빠와의 관계는 더 심각했다. 지수는 아빠를 ‘엄마와 결혼한 사람’이라 표현했다. 아이에게 아빠의 존재는 없었다.
지수의 엄마는 “내 체벌의 마지막은 항상 매였다”며 “내 스스로도 아이에게 ‘왜 이렇게 심하게 굴까’라며 자책할 정도였다. 마음이 아프다”고 울먹였고 아빠 또한 “새벽에 들어와 아이에게 신경을 많이
방송말미, 지수는 가족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화를 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감정표현 방법을 배워나갔다. 지수는 지독한 괴성 대신 예쁜 편지로 ‘사랑한다’ ‘나와 함께 놀아 달라’는 마음을 건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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