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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인은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상대한 KBS 2TV 드라마 스페셜 4부작 ‘보통의 연애’를 통해서도 존재를 각인시켰다. 아버지가 살해한 남자의 친동생을 사랑하게 된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마니아층을 형성시켰고, 절대 ‘땜빵’ 드라마가 아님을 보여줬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에서는 국정원 요원으로 빛을 내고 있다. 여러 가지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감을 오롯이 드러내는 배우를 오랜 만에 만난 것 같다. 겸손한 건지 그는 “감독님들을 너무 잘 만났다”고 했다. ‘혜화, 동’과 ‘보통의 연애’에서 보여준 연기를 칭찬하니 “내가 이렇게 연기를 못하는지 몰랐다”는 답이 돌아온다. 아니 왜?
“2회 방송을 보고 잠이 안 왔어요. 제가 너무 연기를 못하는 거예요. 이렇게 못하는지 몰랐어요. 상대역인 연우진씨는 너무 잘 하더라고요. 표현 조절을 다 하던데 저는 그 상황이 느껴져야만 표현을 했거든요. 스태프한테 눈치도 보이고 괜히 주눅이 들기도 했죠. 연기 테크닉을 다시 배우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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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가 돌아왔다’는 무척이나 동적이다. 유다인은 각기 다른 목적으로 시체를 차지하려는 이들 틈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뛴다. 포로가 돼 묶여 있어야 했고, 커다란 장롱을 메고 탈출을 시도한다. 자루에 갇혀서 이동했을 때는 넘어져 다치기도 하고 멍이 들기 일쑤였다. 유다인은 너무도 진지하고 진중하게 상황 연기를 펼쳐 극을 더 재밌게 만들었다. 코믹한 상황인데 진지하게 연기하면 더 웃긴 법이다.
유다인은 솔직히 “이렇게 힘들지 몰랐다”고 회상했다. “엄청나게 더운 여름에 찍어서 힘들었죠. 또 포로로 있을 대는 어떤 틈도 없이 아플 정도로 꽉 묶여있었어요. 느슨해지면 몸의 움직임이 다 보이더라고요. 액션 연기도 했는데 이건 재밌었어요. 거의 마지막 장면은 지자 야닌(태국의 액션스타)이 된 것처럼 연기했는데 편집이 됐더라고요. 저는 잘 한 것 같은데 감독님은 무용하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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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혜화, 동’을 하고 나서 주변에서 ‘밝은 것을 해봐야 하지 않겠니?’라는 말을 많이 들었을 때”라며 “다행히 요즘 의외로 골고루 작품 출연 요청이 들어온다”고 즐거워했다.
“감독님이 먼저 연락을 해주셨거든요? 처음엔 의아했죠. 읽어보고 ‘재밌을 것 같은데 자신은 없다’고 솔직히 말했어요. 그래도 하고 싶다고는 했죠.(웃음) 제가 한다고 했을 때 반대도 많았대요. 분량이 꽤 많은 역할인데 제가 잘 알려지지 않았으니까요. 영화 나온 것 보고 감독님이 후회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유다인은 2005년 드라마 ‘건빵선생과 별사탕’으로 데뷔했다. 길거리 캐스팅을 몇 번 받고 연예계에 관심이 생겼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했으나 연극영화과도 들어갔고 드라마와 영화에 잇따라 출연했다. 하지만 지난 5년간은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혜화, 동’의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평론가들이 주는 제31회 영평상 시상식 여자신인상을 받았다. “혜화, 동을 잘 봤다”며 ‘보통의 연애’의 PD와 ‘시체가 돌아왔다’의 감독이 연락을 해왔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여기저기 오디션을 보고 수백 번 떨어졌는데 이제는 20편이 넘게 출연 요청이 들어왔다. ‘섭외 쇄도’라는 표현을 써야 할 정도다.
“매일 오디션을 보러 가면 떨어졌어요. 100번도 넘을 거예요. 전 어떤 특정한 이미지가 있지 않아요. 또 귀엽거나 청순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섹시한 것도 아니고요. 그런 말 들으면 주눅도 들었죠. 또 제가 좀 더 잘 한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이 붙어서 한편으로는 좌절도 했어요. 그래도 막연하게 ‘언젠가는 내가 가진 장점을 보여줄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갖고 연기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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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에서 관객과 시청자를 만족시킨 유다인을 떠올리면, 영화 ‘피아니스트’의 이자벨 위페르처럼 진짜 같은 표정을 내기 위해 고민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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