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나병준(36) 대표가 이끄는 매니지먼트사 판타지오는 주목을 받았다. 지진희 하정우 정일우 정겨운 염정아 김서형 등 배우들의 활발한 활동은 당연하고, 한 커피&디저트 브랜드와의 제휴 마케팅도 쏠쏠한 수익을 거뒀다.
또 주목할 점은 제작에도 관심을 기울였고, 큰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다. 판타지오는 지난해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도가니’를 삼거리픽처스와 공동 제작했다. 제작사에 돌아온 정산금만 50억원, 5대5계약을 했으니 이 영화 1편의 수익만 20억원이 훌쩍 넘는다. 나름 흥행한 영화 ‘러브픽션’도 참여했다.
판타지오는 전문 제작사에게 배운 바를 토대로 본격적으로 제작업에 뛰어든다. 최근 자회사 판타지오 픽처스를 설립, 하정우가 주연을 맡은 디자이너 故앙드레 김의 전기를 다룰 영화를 직접 만들기로 확정했다. 판타지오 픽처스는 이미 6명의 직원을 뒀고, 시나리오 집필 등 초반 작업 단계가 진행 중이다. 투자도 이미 따낸 상태다.
판타지오는 아울러 2009년부터 야심차게 준비해온 신인 아이돌 그룹의 음반도 5월 선보이고, ‘액터스 리그’를 통해 트레이닝 시킨 신인 배우들도 6월 소개할 예정이다.
![]() |
첫 단독 제작 영화 ‘앙드레 김’(가제). 나 대표는 이 작품에 적극적이다. 앙드레 김의 아들인 ㈜앙드레 김 아뜨리에의 대표이사 김중도씨를 찾아가 열의를 보였고 동의를 얻어냈다. 나 대표는 “기획 단계부터 배우들이 개입된 작품은 많지 않다”며 “하정우가 열의를 가지고 있고, 또 앙드레 김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매력도 있는데 이를 접근하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어 기대가 된다”고 자신했다.
매니지먼트 회사가 제작에 뛰어들면 주위의 시선은 따갑다. 하지만 나 대표는 ‘영화 제작에 나서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라고 한다면 “본질적으로 배우들이 소속된 회사가 갖고 있는 어려움을 풀고 싶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단다.
“제작을 생각하게 된 건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 배우들 때문이었어요. 잘 나가는 배우도 있지만 선택을 못 받는 배우들도 있거든요. 그 배우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죠. 그 배우에 대한 기존 시장의 선입견을 깨기 어렵거든요. 배우들은 변하고 싶은데 안 되는 상황인 거죠.”
그렇다고 자사 배우들만으로 영화를 채울 생각은 아니다. 나 대표는 “배우에게 그런 기회를 준다고 해도 결과가 좋아야지만 기회가 사는 것”이라고 웃으며 “적절하게 조절해야 하고 다른 리스크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짚었다.
![]() |
이 체계는 판타지오의 배우 관련 시스템에도 변화를 주게 했다. “1주일에 연기수업 2번씩, 2시간 정도의 수업으로 배우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경쟁력은 있을까, 어떻게 살아남을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체계화된 프로그램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머릴 싸매고 고민한 끝에 자랑스럽게 판타지오가 얘기할 수 있는 게 ‘액터스 리그’다. 3개월을 훈련시키고 경쟁을 한 뒤 6개월까지 살아남은 신인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일종의 오디션이다. 2010년부터 가동한 시스템이 올해 드디어 빛을 본다.
특히 “신인을 만드는 데 욕심이 많다”는 그는 “음반 쪽에서는 유명한 회사가 신인을 내놓는다고 하면 관심이 엄청나다”며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이 생각할 때 배우 역시 제대로 만들어진 신인이라는 인식을 주고 싶다”고 바랐다.
![]() |
정훈탁 IHQ 대표가 금전적으로 큰 도움을 주긴 했으나 현 수준의 성장을 이끈 건 순전히 나 대표와 소속배우, 회사 직원들의 힘이 컸다. 판타지오를 이끌어온 지 3년6개월. 그는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사람 때문에 상처도 받고, 힘이 들기도 하며 돈을 벌게 해주기도 한다”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사람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나 대표는 특히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믿는 도끼에 찍힌다는 말은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법. 나 대표는 “돈을 잃는 건 어떻게든 복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어렵다”며 “끼니를 굶은 일이 없었는데 밥을 먹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지금이 아니라 과거의 일이었다는 사실에 오히려 감사할 뿐이다.
이전 직장에서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순발력 있게 처리하는지 배웠고, 김혜수와 전도연 등 톱스타들과 일하며 톱배우를 꿈꾸는 신인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판타지오가 성장한 원동력 가운데 하나다. 나 대표는 32명의 배우들이 있으니 "올해부터는 좋은 신인들이 판타지오에서 1년에 1~2명씩 배출하는 회사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출혈이 심한 ‘FA 대어’ 영입보다 신인을 만들고 싶다고 수차 강조했다.
“올해를 판타지오의 창업년도라고 생각하고 뛰겠다”는 게 나 대표의 의지. 모든 시스템의 정비가 끝났고 새롭게 도전하는 일들이 많아 새 출발을 하는 마음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디저트 브랜드와 계약도 지난 2월말에 끝났기 때문에 새로운 제휴마케팅 분야도 찾고 있다.
나 대표가 회사를 이끌어오면서 자신은 물론, 직원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건 뭘까. ‘거짓말 하지 않기’, ‘약속 시간 지키기’ 등 기본적인 것들이다. “성공한 이들의 공통적인 것이 기본을 지키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과의 일을 하는 직업인데 연결 고리를 만들어 신뢰를 주는 게 가장 중요해요. 기본적인 것이면서도 지키기 어렵거든요. 저는 약속 장소에 늦을 때 전화가 와도 ‘10분이면 갑니다’라고 한 적이 없어요. 그 위기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