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징후라는 건 대부분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일은 알 수 없으니 안심하고 있는 건지 모른다. 하지만 ‘큰일이 날 것 같다’ 싶을 때는 이미 늦었다. 김지운, 임필성 감독이 연출한 중편 영화 3편을 묶은 ‘인류멸망보고서’는 인류에게 건네는 경고 메시지다.
인류멸망의 징후는 섬뜩하다. ‘멋진 신세계’와 ‘해피 버스데이’가 코믹한 요소로 눈길을 끌기도 하지만, 상황은 절대 웃기지 않다. 코믹, 멜로, 공포, 종교, SF라는 다양한 장르가 한데 묶여 변주하는 색깔은 ‘복잡한’ 무채색 검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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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이 한국을 덮친 적이 있고, 광우병 공포도 우리나라를 요동치게 한 바 있다. 극중 물고 뜯는 폭력적인 증세는 없었지만, 미래에 어떤 바이러스가 어떻게 변이할지 모른다. 비약이 심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히 두렵다.
몇몇 관객은 소고기(특히, 생간은 더욱 더)를 먹지 못할 수도 있다. 유민(고준희)과 함께 소고기를 그렇게 맛나게 먹던 석우(류승범)는 이내 눈동자가 풀리고 입에 거품을 문 좀비가 된 채 사람들을 공격한다. ‘역시 엄청난 연기력’이라고 할 류승범의 좀비 연기를 보고 관객은 분리수거를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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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법이 가능한 로봇의 이상 유무를 점검해달라는 요청에 수리 서비스 팀장(김강우)이 급파되지만 로봇은 문제가 없다. 존재와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로봇이 흥미롭다. 차분하고 낮지만 정확하게 귀에 꽂히는 박해일의 목소리 톤은 인명을 표현하기에 탁월한 캐스팅이다. 로봇과 이 로봇의 제조회사 회장(송영창)은 존재와 깨달음을 두고 논쟁을 펴고, 그 모습은 긴장감이 가득하다.
미래 세계에 로봇이 인간에 대항하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모습은 많이 봤다. 하지만 김 감독은 본질에 접근했다. 신의 영역까지 넘보게 된 인간은 예상치 못한 피조물의 행동에 공포를 느낀다. 깨달음은 어디에서 오는지, 존재와 본질은 무엇인지, 인명의 물음이 깊이 남는다. 하지만 김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그려진 듯하지만, 전체적으로 묵직하고 어둡다. 지루한 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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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감독의 상상력과 독특함 가득한 실험정신이 자연스럽게 스크린을 수놓았다. 상상의 이면에는 그럴 수도 있다는 전제가 깔린다. ‘멋진 신세계’와 ‘천상의 피조물’은 6년 전에 촬영했고, ‘해피 버스데이’는 지난해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적 차이가 있어도 두 감독은 미래를 생각하고 오늘을 점검하라고 강조한다. 경고의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건 틀림없다.
특히 11일 열리는 총선과 맞물리며 절묘하게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를 담아냈는데 포복절도할 수준이다. 봉준호 감독이 임필성 감독과의 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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