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죽음을 앞두고 성대한 잔치를 연 최충헌은 아들 최우를 애타게 기다렸다. 형과 권력싸움을 벌여온 최향은 군사를 보내 최우의 앞길을 막으려했지만 실패한다.
무사히 최충헌 앞에 도착한 최우는 “아버님 소자 우 이옵니다. 아버님께서 기다리시던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기쁘게 받아주시옵소서”라며 최향 측 군사이자 역적인 상장군 대장군의 수급(정쟁에서 베어 얻은 머리)을 내민다.
최충헌은 “아범아, 선물 치고는 큰 선물을 가져왔구나. 네 스스로 네 자리를 지켰으니 그것으로 됐다. 내가 이제야 안심하고 갈 수가 있겠구나”라며 흡족해 한다.
최우가 잔치에 나타나자 최향은 부들부들 떨었다. 그런 그를 향해 최충헌은 “향아. 이 녀석아. 무얼 하느냐. 형에게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그래도 피를 나누던 형제가 아니더냐. 목숨을 구걸해
최충헌은 “모든 우환은 사라졌도다. 나는 이제 세상과의 인연이 다 되어 떠나게 됐다. 내 아들 우가 나를 대신하여 도방의 정치를 맡을 것이오. 참으로 좋은 날이로다”라며 “대고려의 영광을 위해!”라 외친 뒤 생의 마지막 술잔을 들이키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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