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체가 돌아왔다’(제작 씨네2000)는 류승범에게 ‘웃음 담당’을 시켰다. 류승범의 ‘코믹 원맨쇼’라고 느낄 장면들 천지다. 기상천외한 ‘똘기’가 이마를 치게 만드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술에 취해 헛소리를 지껄이며 ‘지저스 크라이스트’를 외치거나 모든지 거짓말부터 하는 모습, 다량의 마취제에 취해 몸부림치는 류승범은 관객의 웃음을 일발 장전시킨다. 말솜씨도 좋고 잔머리 사용 실력이 일개 ‘백수’가 아닌, 전문 사기꾼 수준이다.
이범수는 극중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뛰어난 계산 능력을 선보이는 게 최근 끝난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의 유방이 언뜻 생각나긴 하지만 웃음을 주기보다는 그가 처한 상황이 더 웃기다. 다소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수 있는 영화의 흐름을 이어가게 도와주는 무게중심의 역할이 더 크다.
회장이 사주한 일이라고 확신하고 보상을 요구하려 하는데 이런, 회장이 사망하고 말았다. 장례식에 시신이 없으면 안 되니 회장의 시체를 훔쳐 돈을 요구하겠단다. 현철과 동화는 시신보관실에서 시체를 빼내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시체는 회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다. 하필이면 사채업자에게 쫓기다 숨어있던 진오(류승범)를 데려왔다.
영화는 이때부터 복잡해진다. 현철과 동화만 시체를 노리는 건 아니었다. 회장을 배신하고 살해한 스티브 정(정만식)도 시체를 원한다. 회장의 팔뚝을 째고 숨겨놓은 기밀 자료 마이크로칩을 가져가기 위해서다. 시신을 두고 스티브 정 일행과 현철 일행은 쫓고 쫓기는 관계가 된다.
그런데 시신을 노리는 이들이 또 있다. 현철로부터 시신이 큰돈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진오가 친구 명관(오정세)과 시체를 빼내 가고, 진오를 쫓던 사채업자 성구(고창석) 일행도 시체를 노리는데 합류한다. 여기에 핵심 기술을 유출하려는 정황을 포착한 국정원도 증거 포착에 노력하는 중이어서 상황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다.
감독은 서로의 목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두뇌싸움을 치열하게 구성하려 했다. 노력은 보이는데 감각적이고 세련돼 보이진 않는다. ‘오션스 일레븐’이나 ‘이탈리안 잡’ 같은 강도 영화에 익숙한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도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기엔 충분하다. 2005년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희극지왕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우선호 감독의 재기 발랄함이 구석구석 녹아있기 때문이다. 적재적소에 넣은 코믹 요소들이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한다.
대단한 반전을 기대하는 관객은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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