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음악작업을 해 온 동료들은 서태지의 리더십에 대해 "좇고 싶어지게 하는 완벽함"이라고 설명한다. 2006년부터 서태지와 음악작업을 함께 하며 8집 활동당시 키보드 연주자로 서태지 밴드에서 활동했던 김석중은 "음악적 결과물을 접했을 때 ’저만큼 해내는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함께 작업을 하는 동료들 입장에서는 기대할 수 있는 것 이상의 퀄리티 높은 음악을 만들어 오는 것 자체가 권위가 된다."며 "음악적인 존경심이 자연스럽게 그의 룰을 따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장르 혹은 뮤지션의 음악을 수용하는 태도가 유연하기 때문인 듯 하다. 실제로 다른 장르의 뮤지션들과 대화를 나눌 때 태도 자체가 열린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자체로 존경스러울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태도일지 모르지만 20년 이상 상당수준의 음악적 성취를 한 아티스트가 이 같은 태도를 유지하고 있음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서태지컴퍼니의 CEO로서 회사 경영 및 비즈니스에 임할 때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2009년서태지 전국투어 공연을 함께 한 한 공연 관계자는 철저함과 꼼꼼함에 혀를 내둘렀다. 이 관계자는 "공연 기획 과정과 준비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질문을 수시로 받곤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사항들에 대해 검토하고 결정을 내리는 성격이다. 서태지씨의 결정을 받기 위해 특정 사안에 대해 브리핑을 준비할 경우 2~3배 이상의 자료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스터리 서클 등 서태지 8집 컴백 이벤트를 준비하던 관계자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있어서는 매우 합리적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어떤 개선점이 있다면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결코 강압적이지는 않다는 것이 대부분의 평가다. 실제로 서태지는 소속사 직원들에게 직위,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 존댓말을 쓰고 있다.
서태지는 1992년 데뷔 6개월 만에 요요기획이라는 이름의 기획사를 설립해 현재 서태지 컴퍼니까지 스스로 제작과 마케팅 등을 통솔해 왔다.
스타로서 팬들에게 대하는 태도는 또 다르다. 서태지 따르는 팬들의 ’20년 의리’가 증명하 듯 서태지와 팬들의 관계는 상호 보완적이다. 사전심의제도철폐나 저작권협회와의 소송에서 서태지는 팬들을 선동하려는 발언이나 행동을 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팬들은 자연스럽게 서태지의 행보에 발을 맞췄다. 서태지가 환경이라는 테마로 8집 활동을 펼친 이후 서태지 팬들은 자발적 모금을 통해 브라질 아마존에 부지를 매입 ’서태지숲’을 조성하는 등 구체적인 환경운동을 실천해왔다.
물론 팬들을 이끄는 서태지의 리더십과 카리스마는 일정부분 비활동 기간 중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소위 신비주의에 일정부분 기인하고 있기도 하다. 팬들은 한정된 활동기간 중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게 되는 것.
서태지와 팬들만이 소통할 수 있는 독특한 언어 역시 주목할 만하다. 그의 노래는 물론, 그의 공연장에는 서태지팬들만 이해할 수 있는 은어(?)들이 쏟아지고 팬들만이 따라할 수 있는 액션(?)들이 펼쳐진다. 이른바 ’서태지 왕국’인 셈이다. 서태지는 끊임없이 이 같은 소통방식을 제시함으로써 자신의 세계를 더욱 견고하게 다진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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