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불신지옥’(2009)으로 데뷔한 이용주(42)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은 22일 개봉하는 멜로영화 ‘건축학 개론’이다. 당초 연출부 생활을 끝내고 2003년 감독 데뷔작으로 기획했던 작품이다.
2008년 3월께 최종적으로 포기를 선언했고 ‘불신지옥’으로 갈아탄 그였다. 하지만 사랑과 건축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싶은 마음은 접질 못했고, ‘불신지옥’이 끝나자마자 다시 그를 몰입시켰다. ‘건축학 개론’은 우여곡절 끝에 10년 만에 등장한 영화다.
“‘건축학 개론’은 자연스럽게 다시 한 번 해보자 해서 꺼내든 영화에요. 20대를 정리한다는 느낌으로 멜로를 하려 했죠. 공간과 건축에 대한 이야기는 ‘단련이 됐다’라고 할까요? 편하겠다(이 감독은 건축학과 출신이다)라는 생각이었죠. 여기에 사랑을 얹은 거죠.”
영화는 건축사무소에 다니는 승민에게 대학시절 첫사랑 서연이 찾아와 자신이 과거에 살던 제주도의 집을 새로 지어달라고 의뢰하는 사연에서부터 시작된다.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과 향수를 전하기에 충분하다. 승민과 서연의 과거와 현재를 이제훈·배수지와 엄태웅·한가인이 각각 연기했다.
“이 영화는 안 되겠다고 포기하려고 한 게 더블 캐스팅이 안 됐기 때문이에요. 멜로는 A급 배우가 아니면 안 되는데 아무도 안 한다고 해서 엎으려고 했어요. A급 배우들은 데뷔 감독들과 안 하려고 하더라고요. 한 번은 제작이사가 한 배우를 만났는데 이 영화가 아니라 다른 아이템에 대해 물어봤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예의가 아니다’ 싶었죠. 그래서인지 캐스팅의 어려움이 일종의 트라우마가 됐어요.”
그 일이 불행이었는지, 다행이었는지 이 감독은 네 배우를 최종적으로 얻었다. 충무로의 떠오르는 블루칩 이제훈,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대박을 친 한가인, ‘드림하이’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수지, 그리고 여러 가지 활동에 종횡무진 하고 있는 엄태웅까지. 자신의 영화를 거절한 이들에게 불편한 마음이 있다기보다 영화를 끝나게 해준 배우들에게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란다.
이제훈에게는 “말 그대로 블루칩인데 해주면 고맙다는 생각뿐”이었고, 한가인에게는 “내가 먼저 나서서 한 번 더 찍자는 이야기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욕심 많고 열정이 넘친 배우”라고 칭찬했으며, 엄태웅에게는 “어떤 뾰족한 존재감을 드러내진 않지만 차근차근 밟아서 현 위치까지 올라온 게 가장 큰 장점인 친구”라고 평가했다.
“교복을 입고 왔는데 중간고사가 끝났다고 하더라고요. 2003년 초고를 쓸 때 9살이었다고 하는데 ‘네가 크기를 내가 기다렸던 거구나’ 했죠. 수지는 조카, 딸 같은 느낌이었어요. 솔직히 경험이 많지 않으니깐 ‘그런 감정을 알까?’라는 걱정이 앞섰죠. 어떻게 이 작품을 분석하고 어떤 의지를 가질지 말 그대로 ‘물음표’였거든요. 아이돌은 문화 권력자라고 하는데 그냥 풋풋한 여고생이더라고요. 그래서 더 걱정됐죠. TV에서 전문가 같은 무대만 보다가 일반 가방을 메고 교복을 입은 수지 모습을 보니 좀 달랐어요.”
이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하는 뮤지컬 배우 조정석도 빼놓을 수 없다. 극중 코믹을 담당하며 한 축을 차지하는 승민의 과거 친구 납뜩이다. 이 감독은 “첫 연기는 안 좋다가 몇 번씩 더 하다보면 괜찮아지는 친구”라며 “다음 회차 촬영에서는 시행착오를 반으로, 그 다음 회차에서는 또 반으로 줄이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편안해 하더라”고 칭찬했다.
이 감독은 납뜩이라는 캐릭터가 끼어들면서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희극적인 요소와 드라마와의 균형을 잡는 게 힘들었어요. 적정선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다른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한 장면이 있는데 편집할 때 몇몇 부분을 잘라냈어요.”(웃음)
영화는 특히 풋풋한 20살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했다. 감독의 경험과 기억, 성격이 들어간 것이냐고 하니 일부분만 인정했다. 과거 승민을 지질하다고 표현한 이 감독은 “승민이 비겁하다”고까지 했다. 승민이 나중에 서연과의 과거를 생각했을 때 “얼마나 창피하고 가슴이 아플까”라는 이유 때문이다. 물론 남자주인공을 위해 “처음에는 일종의 매뉴얼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는 변명도 덧붙이며 웃는다.
다시 기본적인 질문 하나. 서연은 잘 살고 있던 승민을 왜 찾아갔을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감독은 “단순히 궁금했기 때문이라기보다 무의식적인 건 아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일반인에게 집을 짓는다는 건 쉽지 않다. 집을 지으려고 하는 목적이 있으니 그게 가장 좋은 핑계거리”라며 서연을 옹호했다.
몇 번 더 찍으면 좋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출연배우들의 연기에 100% 만족하지 않는다는 이 감독은 “영화를 본 100명이 다 좋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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