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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이 일본 열도를 휩쓸기 전에 한류 드라마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류시원(39)은 연기와 가수 활동을 병행해온 유일한 1세대 한류 스타였다. 2005년 첫 콘서트 이후 꾸준히 공연을 이어온 그는 지난해 말 통산 100회 공연을 달성했다. 1세대 한류 스타로 일본 문화계의 한 축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류시원을 매일경제신문이 만났다.
"최근 세계로 진출하는 후배들을 보면 9년 전 일본 데뷔 때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선배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스스로에게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죠."
류시원이 일본에서 활동하게 된 건 2003년 NHK에서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이 방영되면서부터다. 이 작품에서 가수 역할을 맡은 그는 자연스럽게 일본에서도 연기와 가수 활동을 병행하게 됐다.
"데뷔 때부터 연기 이외에도 가수나 MC 같은 다양한 분야에 욕심이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연기자가 가수를 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나 선입견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날들'이 일본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다시 가수에 도전하게 됐죠."
일본에서 류시원이 발매한 음반은 총 22개. 모든 앨범이 오리콘 차트 10위 안에 진입했고 매 정규 앨범에 한국어 곡을 삽입했다. 오는 21일에는 23번째 앨범 '우리 만난 그 자리에'를 발표할 예정이다.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 열풍이 K팝에 이어지기까지 그가 현장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며 한류 열풍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최근 K팝은 일본에서 이미 하나의 장르로 인식되며 문화의 한 획을 그어 나가고 있습니다. K팝이 인정받으면서 저를 포함해 많은 한국 연예인들이 활동하는 데 큰 자부심과 도움이 되고 있지요."
그가 연기를 제쳐둔 채 가수 활동에만 전념한 것은 아니다. 그는 2007년 한국 연예인 최초로 NHK 아침 드라마인 '돈도하레'에 출연했고 2009년에는 MBS '오차베리', 2010년에는 TBS 드라마 '한초-진난경찰서 아즈미반' 등에서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한류 스타는 현지 드라마 출연보다 한류 콘텐츠에서 빛이 더 나는 것 같다는 지적이 있다. 그는 이에 대해 "한류 스타가 한류 콘텐츠에서 빛나는 건 당연하다"며 "연기는 감정이입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시청자들이 외국인에게 감정이입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 가수 활동에 비중을 더 두게 된 것도 같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일본에 진출한 지 9년이 됐지만 아직도 그는 말하는 게 조심스럽다고 했다. 이제 일본어 수준이 꽤 높지 않으냐고 하자 "일본어를 못해서라기보다 생각을 왜곡되지 않고 정확하게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며 "말을 할 때는 신중히 생각해 말하거나 통역사에게 부탁하는 편"이라고 했다.
이는 최근 해외에 진출한 K팝 가수들이 언행 실수나 태도 문제로 논란이 됐던 사례가 왕왕 있었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류시원은 "어떤 문화현상이라도 모든 사람이 다 만족하고 좋아할 수는 없다"며 "해외에 진출하는 연예인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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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많죠. 한 번은 일본 공항에 마중 나와 손을 흔들어 주시던 팬이 한국 공항에 도착했는데 입국장에서 여전히 손을 흔들어 반겨주시더라고요."
데뷔한 지 18년이 된 그는 매너리즘에 빠져 지칠 때마다 새로운 목표를 만들고 거기에 매진하면서 자연스럽게 극복했다고 말한다. 이 때문인지 그의 행보는 어느 연예인보다 다채롭다. 노래와 연기는 기본이고 그는 각종 시상식, 토크쇼와 오락 프로그램에서 1순위로 꼽히는 MC이자 프로 레이싱팀의 감독을 맡은 카 레이서다.
"레이싱은 연예인으로서가 아닌 또 다른 인생을 살게 해주었기에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선수들과 경쟁이나 승부보다 나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내 마음의 컨트롤을 잡는 그 순간에 가장 큰 매력을 느끼죠."
지난해 그는 중국에서 열린 페라리 챌린지 레이스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1등을 했다. 그는 "과거처럼 단순히 레이싱이 좋아 레이서를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는 모터스포츠 발전에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국내 모터스포츠가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반인들도 레이싱을 즐기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많이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활동과 카레이싱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그를 보기가 어려웠다.
그는 "몇 년 전부터 미리 잡혀 있는 일본 스케줄 문화에 비해 한국의 제작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작품 시기가 저의 스케줄에 맞지 않아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다른 장르에서도 꼭 활약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He is…
1994년 KBS 미니시리즈 '느낌'으로 데뷔한 류시원은 배우뿐 아니라 가수, MC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그는 '창공' '프로포즈' '스타일' 등 20여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으며 1995년 1집 앨범 'Change'를 시작으로 드라마 '순수' 등의 OST를 불러 가수로도 활약했다. 그의 한류스타로서의 일본 내 입지는 요즘 잘나가는 걸그룹
그는 카 레이서로도 유명하다. 동국대에 입학하기 전 그는 신구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했는데, 이는 어릴 적 꿈이 자동차 디자이너였기 때문이다.
[김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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