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15대 심수관까지 이르고 있는 최고의 기술들을 직접 확인하며, 그동안 지켜 본 ‘사쓰마 도기’의 대표 가문, 심수관 가(家)에 여전히 흐르고 있는 조선 도공의 혼과 그들이 이국땅에서 꽃 피운 작품들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이날 방송을 통해 공개된 조선 도공들은 이국땅에 끌려가서도 물레를 멈추지 않았다.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본의 흑토로 옹기와 간단한 도기를 싼 값에 팔아 생활을 이어갔지만 고국에 대한 그리움은 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현재는 15대 심수관이 ‘사쓰마 도기’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15대 심수관 家는 매일 아침 태극기와 일장기를 입구에 나란히 게양한다. 심수관의 몸속에 흐르는 조선의 피임을 알 수 있다. 심수관이란 이름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12대 심수관 때부터 가문에 내려오는 습명이다. 1999년, 15대 심수관도 그의 아버지 14대 심수관에게 가업을 이어받았다.
남원에 대한 남다른 애정 심수관이 남원으로 갔다. 이전에도 남원을 방문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방문길에 오르는 심수관의 마음은 조금 더 특별했다. 남원시민들이 염원하던 ‘심수관 도예관’의 개관식에 흔쾌히 응했기 때문이었다. 선대의 작품들을 그대로 옮겨 와 남원에 선보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15대 심수관은 강당에 올라 남원시민들의 축하를 받으며 400여 년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듣던 남원 시민들의 눈가가 촉촉해 졌다.
15대 심수관은 선대의 역사가 담긴 옛 문서들을 새로 찾아내고 복원하였다. 옛 문서에는 도예 작업 기구에 관한 설명들이 한글로 쓰여 있기도 했다. 그리고 옛 문서에서 선조들의 꿈인 백토의 흔적을 발견했다. 이로써 15대 심수관은 선조들이 사용한 그 흙으로 새로운 백색도기를 만들겠다는 꿈에 한 발 다가선 것이다.
투각기법과 부조기법은 심수관요의 대표적인 도예기술로 손꼽힌다. 특히 12대 심수관 때부터 시작된 투각기법은 특유의 섬세함과 정밀함이 요구되기 때문에 그 기술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장인들이 많지 않았다. 심수관 요에는 투각 세공의 장인 소메우라가 있다.
아들을 위해 남겨둔 유일한 작품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소메우라의 고민이 깊어졌다. 전통적 기술을 지켜내는 것이 혼자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기술을 계승하는 일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는다. 하지만 투각기술은 흙의 습도와 정확한 계산 등이 필요한 어려운 기술이기 때문에 계승이 쉽지 않다.
이국의 외로움을 녹이는 한국인 조정희의 열정 조정희는 심수관 요에서 문양디자인을 하고 있다. 도예를 전공한 후, 가족과 떨어져 일본으로 건너 간지 벌써 9년째. 우연하게도 조정희는 초대 심당길과 같은 남원 출신이다. 혼자서 작은 참새의 디자인을 연습하던 시절부터 작업에 임하는 마음이 남달랐다.
어느 날 대형 화병의 문양디자인을 의뢰 받은 그녀는 붓 하나에 온 정성을 기울이는 등 여느 때보다 더한
역사를 품은 사연 많은 가족사, 짐작도 어려운 긴 세월동안 지켜온 도예의 혼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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