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소문의 좀도둑이 잡혔다. 한 아파트 CCTV에 잡힌 그는 태연하게 남의 집 우편물을 훔쳐갔다. 이 절도범을 수사하던 경찰은 그의 집을 보고 경악했다. 발 딛을 틈 없이 그의 집을 채운 것은 다름 아닌 한 마트에서 훔친 물건들로 어림잡아 3천4백여 개 정도였다.
특이한 건 물건을 쌓아만 두었지 먹지도 쓰지도 뜯지도 않았다는 것. 필요에 의해 훔쳤다고는 볼 수 없었다. 집을 수색하던 형사마저 “형사생활 20년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수사 진행 중 온갖 서적과 신문으로 꽉꽉 채워진 집이 두 채나 더 발견됐다. 이해하기에 쉽지 않은 책들이 그의 집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의 속내는 무엇이었을까. 경찰에 잡힌 그는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세상이 원망스럽다”고 오열했다.
동네 이웃들에 따르면 남자는 오래전부터 고시공부를 해왔다고 한다. 동네 이웃들 모두 그가 판검사는 될 줄 알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고시공부는 쉽지 않았고 그를 돌봐주던
그러던 와중 보이스피싱 사기까지 당했다. 그리고 친구에게마저 사기를 당했다. 그는 “그 후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 대형마트서 절도행각을 시작했다”며 “착하게만 살았는데 나에게 시련만 주는 세상이 싫었다”고 원통해 했다. 남자는 끝없는 공허감을 절도로 채우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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