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야, 뉴스야? 자극‧눈속임 방송으로 전락하나’
지상파 연예뉴스의 자극성 위주의 내용 구성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지상파 연예뉴스의 구성을 보면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 이미 화제가 된 내용들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자체적으로 생산된 뉴스나 한 발 더 나아간 깊이 있는 취재 내용은 찾기 힘든 지 오래다. 특히 같은 내용을 담더라도 시청률 확보를 위해 자극적인 문구나 멘트, 무리한 자료화면을 사용해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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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뉴스 구성에 사용되는 자료와 실제 보도 내용이 달라 시청자들에게 혼돈을 주거나 해당 뉴스 내용의 실제 취재 기자가 아닌 섭외하기 편한 기자 인터뷰를 인용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정보를 전달하는 출연진 역시 적절히 기자와 리포터가 섞여 균형을 이루는 것이 아닌 쇼 위주의 방식을 고집해 정통성을 잃어간다는 질타 역시 끊이질 않고 있다. 그 결과 정보의 신뢰성은 떨어지고 자극성 위주의 멘트와, 내용 구성이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KBS ‘연예가중계’에서는 ‘JYJ사생팬’, ‘빅뱅’ 관련 심층 보도를 방송한 바 있으나 양쪽의 입장을 고르게 다루지 못해 편파 보도를 했다는 질타와 보도 이후에 전파를 탄 MC들의 말장난이 많은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았다.
한 매체에서 ‘JYJ 사생팬 폭행’ 영상을 단독 보도한 뒤 온라인에서는 한 바탕 논란이 일었다. ‘사생팬’ 관련 연예계 팬문화가 도마에 올랐고 이에 대처하는 연예인의 올바른 대처 방식 역시 논의됐다. 이 가운데 ‘연예가중계’에서는 ‘사생팬’ 관련 코너를 심층적으로 다뤘고 "사생팬은 스토커로 봐야 한다"는 전문가의 인터뷰를 인용해 사안의 중대함을 알렸다.
뉴스 구성의 기본은 양측 의견을 동등하게 구성해야 함이지만 JYJ측의 공식적인 이야기(연예가중계가 직접 취재한)는 없었다. 대부분 이미 언론을 통해 발표된 내용들이었고 일부 팬들의 인터뷰가 가미됐으나 자극성만 높였을 뿐이라는 평이 이어졌다. 뉴스 뒤에 MC인 신현준이 “나의 사생팬은 탁재훈”이라고 던진 농담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한 어이없는 애드리브로 비난을 샀다.
또 지난해 말 SBS '한밤의 TV연예'에서도 연예계 잠정 은퇴를 선언한 강호동의 근황이 화제가 될 무렵, ‘1박2일’ 자료화면을 특별한 고지없이 사용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강호동이 최근 등산을 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하며 그의 등산 장면을 방영했으나 알고 보니 해당 영상은 과거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의 한 장면이었던 것. 강호동의 근황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많은 매체들이 나섰으나 쉽게 만날 수 없던 가운데 ‘한밤의 TV연예’가 직접 취재해 단독 포착한 것처럼 방송된 것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SBS 측은 "편집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또 지상파 방송에서 논란이 된 뉴스에 대해 당사자의 직접적인 입장을 취재하지 않고 한 취재 기자에게만 의존해 문제가 된 경우도 있다.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자의 말을 인용 방송해 소속사 측이 황담함을 호소하게 된 경우다.
앞서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가수 성시경은 일반사병의 2.5배에 달하는 125일의 휴가 및 외박을 받았다”고 주장해 특혜 의혹에 휩싸였을 당시, SBS ‘배기완 최영아 조형기의 좋은 아침’에서 한 기자의 말을 인용해 성시경의 군 특혜논란을 언급해 마치 그가 공식입장을 밝힌 것처럼 방송해 논란을 키운 것.
당시 성시경의 소속사 측은 공식 홈페이지에 “지금까지 (방송을 통해)알려진 내용은 저희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말씀드린다”며 난색을 표한 뒤 자신들의 입장을 공식화했다.
MBC ‘섹션TV’ 역시 MC들의 무례한 농담과, 자극적인 랭킹 구성 등이 수차례 도마에 올랐다. 과거 배우 오연수의 인터뷰를 본 뒤 MC 현영(35)이 "나이를 먹으면 저런 미인이 되고 싶다"고 말하자 김용만이 "이미 손을 대서 안 될 것"이라고 말해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든 것. 현영이 "상처 주는 말은 하지 말자"며 당혹감을 전해 김용만도 즉시 사과했지만 "경솔한 발언", “독 되는 애드리브” 등 시청자의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 외에도 흥미, 자극성 위주의 코너 구성에 일부 시청자들은 게시판을 통해 “케이블 방송보다 못하다. 자극적이기만 하고, 웃음과 진정성 하나 없는 오직 ‘비아냥’뿐인 평론들이 채널을 돌리게 만드네요”, “멘트 하나 하나가 자극적이네요”, “식상하고 지겹습니다. 변화를 주든지 폐지를 하세요” 등 불만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한 방송 관계자는 “어떤 사안이든 양측 의견을 고르게 담고자 수차례 해당 소속사에 취재 협조를 한다. 한 주의 한 번 가장 화제가 되는 키워드를 짚어줘야 하는 상황이기에 협조가 안 될 경우, 결국 준비된 취재만으로 방송을 내보낸다”며 “어떤 방향성으로 어떤 의도로 내보내겠다는 이야기 역시 모두 상대측에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예뉴스들은 기본적으로 정해진 시간, 분량 안에서 쏟아지는 이슈사안을 통합, 함축해 전달해야 한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가십성, 화제성을 위주의 뉴스를 구성하다 보니 반복적인 이야기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결국 방송국 입장에서는 시청률을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다소 자극적인 요소들을 가미하는 것은 사실이다. 때때로 MC들이 대본에 있는 것 이상의 애드리브를 펼칠 때가 있는데 실수를 할 때도 있다. 그런 부분은 본인 스스로도 인정하고 제작진과 상의해 시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본적으로 지상파 연예프로그램이 각자의 방향성이 있다. 쇼 위주가 되는 프로그램도 있고 정통성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경우도 있고 각자의 성향이 있다”며 “평가는 시청자가 해주는 것이므로 옳고 그름은 없다. 다만 시청률에 집착해 본래 의도를 훼손하지 않도록 늘 주의해야 하는 것은 맞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을 통해 모든 연예가 뉴스가 실시간 보도되는 터라, 예정된 날짜에 맞춰 보도되는 방송은 속도 면에서 당연히 뒤쳐질 수밖에 없다. 생방송으로 진행하다 보니 충분한 취재를 위한 시간이 부족한 것도 사실. 하지만 문제는 신속성에서는 떨어지고, 환경적 제약이 있다고 해도 차별화된 자구책을 고안하려고 하기 보단 보여지는 겉치레에만 신경 쓰는 눈속임 구성이 줄을 잇고 있다는 점이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시청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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