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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같은 선배와 연기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는데, 생일까지 알고 반겨주다니. 임지규(34)는 행복했단다. 긴장했던 마음도 이내 무장해제 됐다고 한다.
대선배인 배우 윤석화(56)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따뜻했다. 4월 개봉을 앞둔 영화 ‘봄 눈’ 역시 슬프기만 한 영화가 아니다. 눈물 콧물 쏙 빼놓는 시한부 한 여인의 삶을 다룬 영화라고 소개하기엔 부족함이 많다.
임지규는 “이별을 준비하는 슬픈 가족 이야기지만, 새로운 만남을 이야기 하는 따뜻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이 영화는 감독님의 자전적 이야기에요. 감독님의 24살 위 누이가 암에 걸려 돌아가시는 것을 보고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고 해요. 감독님의 자전적인 이야기고, 가슴으로 쓴 영화죠.”
‘봄 눈’은 곽경택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김태균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평범한 엄마인 ‘순옥’(윤석화)이 가족들과 따뜻한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았다.
임지규는 이 영화에 캐스팅 된 것에 대해 “아직 유명하지 않아서”라고 답하며 웃었다. “만약 아들 역을 스타 배우가 맡았더라면 아들이 아닌 배우로 보여졌을 지도 모른다”며 “제가 아직 덜 유명하다는 게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그는 극중 시한부 판정을 받은 엄마(윤석화)만을 바라보는 아들 ‘영재’로 출연해 내공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부산 출신배우라서 사투리 연기는 어렵지 않았지만, 섬세한 감정연기는 녹록치 않았다. 그럴 땐 패닉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그때마다 윤석화는 지적 대신 “네가 느끼는 그게 맞는 거야”라며 격려를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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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엄마의 아픈 이야기를 듣고 엄마의 엄마가 나타나요. 그 부분이 기억에 남아요. 영화를 보시면 많은 분들이 정말 와 닿을 거라고 봐요. 어찌보면 가족을 잃고난 후 소중함을 깨닫는 익숙한 소재지만, 신선하고 새로운 요소들이 많은 영화에요.”
부산 출신인 그가 모델의 꿈을 안고 상경한 것은 23살 무렵. 3년간의 오디션 낙방 끝에 발을 디딘 곳은 독립영화계였다. 2004년 단편 ‘핑거프린터’로 데뷔해 이후 ‘은하 해방전선’(2007),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2009)’ 같은 작품들을 만나면서 ‘독립영화계의 강동원’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임지규는 이 말을 꺼내자 머쓱해 했다. “겨우 몇 편 찍고 이런 말을 들으려니 송구하다”는 거였다. 아직은 이름조차 낯선 배우, 선택 당해야 하는 입장에 서 있지만 그래도 “가능성을 봐주는 것 같아 힘이 난다”며 빙그레 웃는다.
그곳에서의 경험은 가장 탄탄한 자양분으로 돌아오고 있다. 임지규가 메이저로 들어오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작품은 독립영화 ‘은하해방전선’이었다. 이 영화로 2007년 부일영화상 신인 남자 연기상을 받았고, 연이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기회도 얻었다. 또, 구혜선 감독의 데뷔작 ‘요술’의 주인공으로 발탁되는 행운까지 거머쥐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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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은 책임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그들을 보면서 새삼 느꼈고, 톱스타 대열에 올라온 배우들을 보면서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구나’ 싶더군요.”
최근에는 흥행몰이 중인 영화 ‘화차’에도 얼굴을 보였다. 변영주 감독의 특별 요청으로 카메오(스토커 역) 출연했다. 그는 이곳에서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에서 함께 연기했던 배우 조성하와 반가운 재회를 했다.
“이 일은 좋은 사람들과 현장에서 일한다는 게 가장 큰 즐거움 같아요. 역할의 무게가 커질수록 배우로서 부족함을 절감하지만, 슬슬 욕심도 생겨요. 어느덧 30대 중반이라 조급한 마음도 있지만 스타가 되기 보다 현장에서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작품 10개가 들어와서 뭘 선택할까 고민하는 것보다 한 작품을 하더라도 기대가 아깝지 않은 배우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happy@mk.co.kr/사진=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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